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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객관적상관물

“착한 사진은 버려라”

입력 : 2020. 05. 01 | 디지털판

 

 

두 사진의 차이를 물으면 케이크와 꽃.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학년을 지내며 담임선생님 생일을 맞아 찍었다. 아홉 시간이 지나 카메라에 담은 꽃 사진이 케이크를 찍은 사진보다 더 의미 있다고 느꼈다. 예쁘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담아 놓은 케이크 사진보다 의미와 포커스를 두고 찍은 꽃과 하늘, 나비 사진이 더 기억에 남으리라 생각했지만. 여러 해가 지나 생각은 생각에 지나고 말았다. 동창과 함께 다시 본 그 시절 사진은 분명히 포커스도 맞지 않고, 흔들림도 보정하지 않아 상업용으로 남길 가치도 없는 사진이라 생각했지만. 우리라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 때의 감정이 사진 그 자체에 오롯이 남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당장 유튜브에 사진 잘 찍는 법을 검색하면 나오는 김홍희 선생님 채널을 보며 착한 사진은 버려라는 의미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말하는 착한 사진은 무엇인가. 힘겹게 발걸음을 뗀 어린 아이? 화사해 보이는 벚꽃? 이름 모를 강아지? 생각 없이 담아 놓은 케이크 사진이 사실 때릴 데 없어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한 마디에 담긴 선생님의 목소리까지 담아 놓았을 줄은 몰랐다.

 

포커스도 맞질 않고, 색감 하나 어울리지 않는. 누가 봐도 아마추어가 찍은 사진일 테지만 전혀 착하지 않은, 강렬한 의도를 담은. 우리들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사진 앞에 착한 사진은 버리라는 그 뜻을 조금이나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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