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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의 편지] 교회를 매개로 연결된 벗님들에게

입력 : 2020. 03. 20 | 수정 : 2020. 03. 21 | 디지털판

 

 

헬조선의 맛을 느꼈을 리가하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힘들어서 교회를 찾아오던 분들도 물론 계셨습니다. 그 분들 닉네임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려움 중에 퍼피레드 교회를 찾아와 토설하듯 내뱉던 예배당 풍경은 1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습니다. 교회에서 예배를 집도한 나날보다 한 사람이 찾아와 기도를 요청하던 날들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무도 모르게찾아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 캐릭터 옆에 이젤을 세워두고 자료 정리 중입니다. 잠수요라는 문구를 써 놓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혹시나 잠수 중인 상황을 모르고 다시 돌아가면 죄송해서요.

 

퍼피레드 서버 종료 사실을 알자 가슴에 내리 꽂는 충격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게 남은 시간은 보름 남짓. 이 세계와 다시는 마주할 수 없다는 슬픔 속에 자료를 하나 둘 백업해 왔습니다. 마음 한 편에 가슴 아려온 미안함도 방명록을 읽어가며 더욱 진해져갔습니다. 버뮤다 순복음교회는 저도 모르는 사이 꽤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공간이란 사실을 깨닫기까지 방명록에 수놓은 기록물을 하나씩 캡쳐하며 디지털 형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필요로 했습니다.

 

자그마치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저와 교회에 보내는 편지뿐 아니라 교회를 향한, 비천한 저를 위한 기도도 있다는 사실 앞에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과연 제가 이런 기도를 받을 만한 가치 있는 존재인지, 버뮤다 순복음교회가 그만한 교회인지 지금도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글이 줄이 되어간절한 소원의 기도로 이뤄진 줄글을 읽노라면, 저를 ’ ‘멋진님으로 대해주신 관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온라인의 공간에서 물리적 한계를 제하면, 어떠한 단점도 찾을 수 없는 퍼피레드 세계에서 교회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제겐 과분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무려 서버 종료 3년 전부터, 교회를 찾아와 교회서 함께한 추억을 남겨주실 때마다 교회 문을 더욱 활짝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0시 소등도, 여전히 교회 문은 열려 있다는 또 다른 의미기도 했습니다. 알록달록 어둑해진 예배당 구석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도, 퍼피레드를 하지 않으면서도 미니파크 창만은 열어둔 것도. 그 감사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공간임에도 예배당을 찾아 기도하고 새 날을 준비하던 설렌 마음, 일을 마치고 돌아와 넋두리 놓듯 눈을 감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그 공간에서 위로를 받았다면 저는 기쁘고 고마울 겁니다.

 

저는 버뮤다 순복음교회를 주안이 해쳐먹은, ‘주안 집권 체제였다고 비판하곤 합니다. 교회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저를 위해 기도하며. 자신을 나약함 앞에 기도하던 풍경들을 10년이 지나 되짚어보면. 퍼피레드에 양가적 감정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제 어리석은 마음을 이해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10년이 지나 교회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감사의 인사로 이 지면을 빌어 발송합니다.

 

 

주후 2020321

주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