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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15일의 기록] ②당신들의 기도로 세워진 퍼피레드 교회

자유의새노래 2020. 3. 18. 18:00

입력 : 2020. 03. 13 | 수정 : 2020. 03. 18 | 디지털판

 

 

어딜 가나 기독교와 관련한 동아리나 팸, 카페를 개설해 신앙심을 이어가려 했다. 퍼피레드 좋은교회 팸도 이 같은 신앙심의 일환이었다.

 

 

신을 향한 외경심에

닫은 교회도 재건축

글로리아 영향 받아

세운 푸른좋은교회

 

 

온라인 예배엔 꽤 많은 사람들이 접속했다. 미니파크 최대 동시 접속자가 30명인 점을 감안하면 매주 15명 이상의 숫자는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예배가 아니어도 방학 평일만 하루 130명 이상이 교회를 방문하는 기염을 토했고 퍼피레드 교회하면 버뮤다 순복음교회를 가리키며 예배당은 사람들로 왁자지껄 붐비기 일쑤였다. 그래서 교회 문을 항상 열어뒀다. 어떤 이야기든 농담과 진담이 오가는 정겨운 풍경에 마음도 즐거웠다.

 

10년 전 버뮤다 순복음교회를 세우며 이렇게 규모가 커질 줄은 몰랐다. 건물 크기뿐만 아니라 각자 일상을 살아가던 이들에게 널리 알려질 줄 몰랐던 것이다. 원대한 꿈은 있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하나님에게 예배하길 바라던 신앙심이 그랬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가 가졌던 신을 향한 외경심(畏敬心)은 커뮤니티 어디를 가든지 기독교와 관련한 동아리나 팸을 개설하는 행동으로 즉각 이어졌다. 퍼피레드 카페 격()좋은교회(fam)도 그 외경심의 일환이다.

 

신을 향한 외경심이 교회를 세우게 만들다

물론 퍼피레드 최초의 교회는 아니었다. 우연한 계기로 독특한 콘셉트의 파크를 발견했는데 그 파크에서 하나님을 향한 외경심이 되살아난 탓이다. 교회를 점포 접듯 닫아버리고 학교를 세워둔 때였다. 라지(L) 사이즈 건물에 학교 벤치가 양쪽 일직선 상태로 배치된 구조. 한눈에 봐도 교회였다. 검정색 물들인 무대를 앞쪽에 배치하고 정면엔 창문을 겹쳐 만든 십자가가 보였다. 십자가 오브젝트가 없던 탓에 창문으로 만든 셈이다. 보라색 욕실 타일을 바닥에 깔아두고 그 위에 학교 벤치를 장()의자 삼아 여덟 석 세워둔 꽤 아늑한 교회였다. 교회 구조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신앙심 투철한 신자 분이 계시다니! 회원 열 댓 명이 모여 교회를 구경하던 중이라 같은 기독교 신자였던 나는 더욱 무리 속에 들어가 파크 운영진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대략 이 정도 크기의 건물?

 

 

교회 다니세요?”

 

예배도 드리나요?”

 

두 질문 예스였다. 다만 예배는 앞으로 진행할 예정인데 예배 인도자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원했다. 그 다음은 기억나지 않는다. 설교자를 자원하며 함께 교회를 가꾸자고 했지만 두 번 다시 만난 기억은 없었다. 퍼피레드 최초의 교회라 할 만한 글로리아 교회의 첫 풍경이다. 훌륭한 건축 아이디어를 얻자 교회로 돌아왔고 곧장 강대상이라 이름 짓는 검정색 무대를 설치해 설교단상이라 이름 짓는 나무 탁자를 그 위에 세웠다. 설교단상 뒤로는 창문을 덧붙여 십자가를 만들었고 파란 하늘이 보이도록 배치했다. 기본 보라색 플라스틱 의자와 방석은 무려 8,000알 거금을 들여 학교용 벤치로 갈아치워 제법 교회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하늘색 벽지에 분홍색 스탠드, 어색한 색감에 촌스러움도 덩달아 묻어났다. 가장 오래된 교회 사진에 묻은 어색함이란…….

 

십자가도 없어 이게 교회인지 흔한 나의 방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기본 벽지는 밋밋하다 못해 보라색 에어컨과 어울리지 않았다. 벽에 박아둔 TV는 정사각형 창문으로 만든 십자가와 어울릴 턱없다. 촌스러움 그 자체다. 상상했던 교회는 이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큰 건물은 아니어도 텔레비전, 의자, 피아노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한데 교회로 이뤄진 건물이길 바랬다.

 

타일을 중간에 띄우면 어떨까?’

 

글로리아 교회를 방문하기 전까진 학교 벤치를 교회 의자로 사용할 줄은 생각조차 못했듯이 사람들은 욕실 타일을 중간에 띄워 복층으로 만들 줄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때마침 복층으로 탄생할 보라색 타일과 보라색 에어컨에서 진한파랑색 콘셉트를 떠올렸다. 그래서 초창기 교회 이름도 푸른좋은교회였을까.

 

 

 

화장실 보라색 타일로 세운 복층  퍼피레드 오브젝트는 공중에 띄울 수 있어 사진처럼 복층이나 2, 3층으로 미니파크를 꾸밀 수 있었다.

 

 

화장실 보라색 타일로 다음 층을 올렸다. 윗 층엔 나무 의자 둘 자금이 없었다. 기본 플라스틱 의자 여러 개를 사 넓게 배치했다. 복층 사이엔 방송용 카메라도 두어 흡사 시골교회 풍경을 연출했다. 전자피아노 대신 고풍적 분위기를 내고자 학교용 오르간을 두었다. 오르간은 서버 종료 직전까지 교회와 운명을 함께 했다. 교회용 아이템이 없어도 비슷하다 싶으면 학교건 화장실이건 상관없다. 퍼피레드 최초의 복층 교회는 이렇게 완성했다.

 

캐시가 없어도 이벤트와 콩으로 구입한 아이템으로 충분히 파크를 예배당과 학교, . 룸메이트와 함께 꾸며갔다. 건물은 모두 캐시 아이템이라 회원들도 룸메이트가 아니면 두 채 이상 가지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브랜드샵 저편 어딘가에 콩으로만 판매하던 아이템 몇 가지 사이에 기본형 라지 사이즈 건물이 68,000알로 판매 중인 정보를 입수했다. 이제 막 작은 교회를 완성하자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라지 사이즈 건물! 대성전 건축이란 목표에 악착같이 콩을 모았다. 하루 허용된 컴퓨터 시간은 1시간. 한 시간을 모으고 모아 티끌 같았던 콩은 어느덧 2, 4만 알에 다다라 대망의 그날을 맞이할 수 있었다.

 

설렌 마음으로 구매한 건물을 파크에 내려놓자 오브젝트에 붙은 버섯 캐릭터가 눈에 띄었다. 무려 4개월 간 모은 68,000알 건물에 입주해 대성전을 꾸며갔다. 내 집 마련보다 예배당 건축에 심장 떨리다니! 밤하늘엔 앞쪽에 배치한 강대상만 빛으로 환했다. 조명도 몇 없어 교회는 중간 중간 어두웠다. 파티를 열었다. 기도회를 개최했다. 사람들이 모였다. 자리에 앉았다. 기도를 했다. 사진을 찍었다. 찰칵.

 

 

 

 

모두가 평등한 교회

건물을 세우는 것보다 교인들이 교회로 모이던 순간이 가슴 설레게 만들었다. 전체 조명도 제대로 달지 못한 예배당에 교인들은 새 건물을 둘러보다 황급히 자리에 척석해 기도회에 참석했다. 대성전으로 이사한 후 첫 예배였다. 피아노 반주나 설교는 없었다. 기도회였기 때문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주일예배를 정기적으로 드렸는지 기록은 없지만 토요일 베드로기도회를 시작으로 수요일 임마누엘기도회, 금요일 다니엘철야예배로 공식 집회를 확장했고 추수감사예배, 성탄감사예배, 영적각성기도대성회, 현충일과 개천절을 맞이한 감사성회, 재난 관련한 시국 기도회도 개최했다. 한 해를 마무리할 무렵 송구영신예배도 교회에서 3부에 걸쳐 1년의 시간과 함께 저미는 옷깃 속에서 저물었다.

 

퍼피레드 교회를 선택한 이들은 대개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유저 특성상 초등생 위주의 주일학교 예배에 참석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 큰 어른은 일요일 낮 11시까지 도착하면 그만이겠지만 주일학교 예배는 이보다 두 시간 일찍 일어나야 갈 수 있었다. 5일제조차 없던 시절, 일요일마저 아침 8시에 기상해야 갈 수 있는 교회라. 부모님의 반대로 교회를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지만 간식이나 달란트 잔치 외에 딱히 교회 갈만한 이유는 없었다. 친구 많고 간식 주는 교회, 뭐 하러 설교 듣고 죄인임을 깨닫기 위해 이른 아침 깨어 반드시 교회 가야 했을까? 초등생 아이들이 인생의 쓴맛을 깨닫고 커다란 주님의 품에 안기고픈 헬조선의 맛을 느꼈을 리가.

 

실제 교회의 예배를 뒤로하고 퍼피레드 교회로 찾아온 이들의 고맙다는 기나긴 메시지가 줄이 되어 방명록에 남았다. 그 중 가장 많은 참여율을 보인 예배는 수능기도회가 아니었을까. 대한민국 국민이면 수능 앞에 종교를 초월해 평등해지는 유일한 시간. 한 마음 한 뜻으로 아끼고 응원하던 수험생 오빠동생형누나언니의 해방을 기원하는 자리에 연대의 힘을 보탰다. 부처님을 존경하든, 하나님을 믿어왔든, 종교가 없는 이들도 예배당 구석에서 두 손을 모으건, 채팅을 입력하건 수험생을 위해 기도했다. 고작 내가 한 일이라곤 서너 시간(...) 채팅창에 기도를 읊었을 뿐인데 그 노고를 귀하게 여겨준 분들이 고마운 마음을 기록으로 남겼다.

 

 

방명록에 가득 쌓인 감사와 기도

 

 

주일 낮 3,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경우에 자신의 기도 제목이나 기도문을 방명록에 올려 아쉬움을 달랬다. 예배드리지 못한 회개기도부터 교통사고에도 금세 나을 수 있음을 감사했고 새로운 영어학원에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며 영어 실력이 늘어나기를 소원하던 기도도 있었다. 행복하게 사는 것. 자신의 욕망을 신앙으로 배출한 하나님 나라 확장같은 기도 제목과 달랐다. 긴급한 기도 요청도 간혹 보였다. 뇌수술 받은 할머니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무렵부터 인간의 나약한 모습에서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너 나할 것 없이 인간은 연약하고 깨어지기 쉬운 존재라는 교훈을 기억하며 단상에 올랐다. 설교 대부분의 주제는 하나님을 믿어야 할 이유였고 그 속엔 칼빈주의 5대 교리, 그 중에도 인간의 전적인 타락(Total Depravity). 인간 전적 부패가 숨어 있었다.

 

퍼피레드엔 유독 성형 아이템 없는 회원 간 차별이 존재했다. 생각보다 차별은 심했다. 성형 아이템이 없으면 파티에도 참석하기 힘든 경우도 있었고, 어떤 팸은 아예 성형 아이템을 가입시 상품으로 준다는 이벤트도 발표했다. 심지어 교회까지 찾아와 서러움을 토로하는 분도 있었다. 이런 차별 의식에 반발하는 장문의 성명을 공개도 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 나부터 성형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이들의 서러움에 동참하고 싶었다. 함께 십자가를 지는 연민의 싹을 이 지점에서 틔웠다. 교회는 헌금이 필요 없었다. 따라서 교회는 돈에 궁하지 않았다. 돈 많은 사람이 힘을 가진 세계가 아닌 것이다. 하나님을 믿고 싶은 신앙이면 충분했다.

 

그 중에서 에쎄님의 기도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나 같은 인간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시니. 지금도 방명록에 켜켜이 쌓인 신앙고백 담은 방명록을 읽다보면 경건한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이런 기도 요청 글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예배를 인도 중인 주안과, 예배 후 교회에 남아 대화를 나누는 교인들의 모습.

 

 

교회 가기 어렵다면

퍼피레드 교회 선택

교회에서 싹을 틔운

연민의 마음과 감정

 

 

그래도 예배를 방해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애먼 경건함에 돌을 던진 나쁜 놈들은 예배 방해하기 바빴다. 괜히 하나님 믿는데 옆에서 부처님(...) 얘기나 하고 강대상에 올라가 설교를 막는 사태도 간혹 벌어졌다. 채팅으로 가까이를 입력하면 캐릭터 근처로 이동했다. 이 기능을 악용해 강대상에 올라오니 별명(닉네임)에 대괄호([])를 사용하는 꼼수를 부려 올라오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 대형교회가 되기 전엔 좁은 아이템을 틈타 강대상에 올랐는데 틈은 내 눈에만 보이는 길이었다.

 

그런 교회를 향해 이단이라 비판하던 정통(?) 기독교 신자도 한 사람 있었다. 목사 안수도 안 받은 평신도가 집회를 연다고 불편하게 바라본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식으로 신학 교육 받던 시절도 아니고 평일에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던 학생일 뿐인데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겠다고 깝죽거렸으니. 그렇다고 설교를 잘한 건 아니었다. 고대 문헌 해석하고 설교하는 일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믿으라면 믿으리라 식으로 돌진하는 신앙만으론 어림없었다. 퍼피레드 예배의 한계였다. 다행히도 10년 동안 교회를 운영하며 한 번도 이단으로 제명당한 적은 없었다.

 

예배당은 날이면 날마다 바뀌었고,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거대해졌다. 초창기 푸른좋은교회는 온데간데없고 남은 건 220좌석의 매머드급 버뮤다 순복음교회뿐이다. 방명록을 읽다보니 비대해진 교회에서 작지만 훈훈했던 마을형 파크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 세상에는 모르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서버 종료 시점에 이르러서 비로소 그 때에 발송한 마음을 전송받는 기분이란. 10년이 지나 도달한 당신들의 기도가 지금의 교회를 세우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서버 종료 직전에야 깨닫다니.

 

나쁜 놈들이라 말은 해도, 실은 내가 제일 나쁜 놈이다. 함께 교회 일을 도운 지도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데 워낙 격 없이 지내다보니 어이없는 장난도 저질렀다. 지도부 일원 중 다윗님이 예배 기도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퍼피레드 교회에서 기도라 함은 짧아야 1, 길어야 3분이다. 총 예배 시간만 20분인데 그 룰을 깨고 있는 말 없는 말 장정 10분을 넘게 기도하자 다윗님이 한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주안님, 기도 언제 끝나나요? ㅠㅠ

 

 

교회에서 주야장천 요리하며 콩(화폐)을 벌어들이다 심심할 땐 브런치 탑(?)을 쌓으며 놀았다.

 

주안 옆에서 잠수하면 안 되는 이유.jpg

사진 속 여성은 퍼피레드1호점 카페 회원 이트.

 

주안 옆에서 잠수하면 안 되는 이유2.jpg

사진 속 여성은 좋은교회 팸 지도부 하리.

 

원조 삼단케이크를 만들고 옷 입히듯 놀려주기도 했다. 사진 속 왼쪽 남성은 좋은교회 팸 지도부 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