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 09. 07 | 디지털판
비오는 토요일 오늘도 사무실 한편에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2013. 9. 22). 한바탕 시끌벅적 모임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는 교회 한쪽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끝나버린 뉴스를 들었고 라디오를 청취하며 밤 12시로 향했다.
홀로 남은, 조용해진 건물은 아무 말도 없이 스스로의 존재가 지닌 역할을 다했는데. 오늘이야 말로 그 역할을 진하게 느끼는 밤이었다. 비가 지면 아래 녹아내려 버리는 광경을 지켜보며 지붕 아래 인간이 홀로 살아감에 경이를 느꼈다. 또 다시 살았으며 살아있고, 살아갈 것임을 다짐하듯 조용히 지면을 적셔 가는 물의 흐름을 반갑게 맞이했다.
언젠가 오늘의 밤이 끝나고 말 테지만, 매일 내일의 불확실함에 온 몸을 맡길 순 없기에 살아야 할 의무와 자격이 주어졌기에 끊임없이 내리는 빗방울의 박수 소리에 지금의 살아 있음에 집중하기로 마음먹는다. 지금은 밤을 샐 교회도, 늦은 밤비를 맞이할 지붕도 없지만 밤 12시로 향하는 길목까지 일해야 했던 그 밤의 설렘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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