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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러블리즈덕질일기

[비파와 소고] “미주의 연예, 왜 안 되나요?”

자유의새노래 2019. 6. 13. 07:02

입력 : 2019. 05. 29 | 수정 : 2019. 05. 29 | C2-3

 

ⓒ미효미

어린이 월간지에 실린 한 질문, “아이돌 연애, 안 되나요?”
부담스러운 연애 이야기? 누구를 위한 삶인지부터 살펴야

아이돌을 사랑한다 해도, 원하는 이미지 상이 있기 마련이다.

팬덤 문화에서 유독 연애 이야기는 죄악시 하거나 금기시 하는데, 팬과 아이돌 사이에 사랑하는 누군가가 끼면 그만큼 어색한 상황도 없을지 모른다. 소위 쿨하다는 진영에선 아이돌 연애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유사연애로 몰아가고, 반대 측에 선 누군가는 이렇게 외친다. “이 위선자들아!”

그래서 디스패치 보도는 낯 뜨겁다. 새로운 해를 맞이해 다짐한 나 자신과의 약속보다, 남의 약속에 흥분하고 바라보듯 곤두세운 진풍경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마주한 어린이 월간지 ‘고래가 그랬어’에 흥미로운 본문이 실렸다. “아이돌 연애, 안 되나요?” 토론회였다. 진행은 고래가그랬어(고그). 참여엔 박건, 연다닐, 장은찬, 정세윤, 지재혁(13) 어린이가 의견을 열띠게 나눴다.

고그가 물었다. 연애하면 누가 싫어하겠냐고. 아이들은 정확하다. 기획사 사장과 팬. 열애설이 터지자 세윤은 “난리도 아니었다”고 표현했다. 마치 팬덤 사이에 터져버린 갈등처럼 토론장은 두 의견으로 나눠졌다. “노래와 춤만 보여주는 기계도 아닌데 연애하는 게 무슨 상관이냐!” “약속을 어기고 연애에 빠져 스케줄 펑크 내면 곤란하다!”

 

ⓒ고래가그랬어

기획사 사장과 팬들은 싫어한다고!
기획사 사장, 아니 이중엽 대표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오랜 시간 투자와 기획, 우여곡절 끝에 러블리즈를 내놨는데, 뜬금없이 미주가 연애한다고 스캔들이 터지면 심정이 어떨까? 건과 재혁은 당장 헤어지라고, 팬이 불매 운동을 벌일 거라 예상했다. 아마 러블리너스란 팬덤 전체가 폭발하지 않을까?

혼돈의 카오스를 막으려 만들어 낸 ‘아이돌 노예 계약’을 꺼낸 건 다닐이었다. 처음 계약에서 연애하지 않겠다 약속한 조건을 은찬이 말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했을 거라고 말이다. 정의롭게 “불합리한 계약 자체를 바꿔야 한다”(17)고 말한 세윤은 불합리하다 말했지만 어쩌겠나. 이미 약속했고 서명했는걸. 마치 아이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상품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이돌은 노래만 부르지 않는다. 팬 사인회도 하고 축제도 나오고, 텔레비전·라디오 방송, 광고까지. 눈만 돌리면 방탄소년단이 나오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러다 노래 부르는 아이돌에서 아이돌 자체를 좋아하게 된다고 다닐이 말했다. 세윤은 여기서 모순을 지적했다. “널 사랑하지만 너의 연애는 인정 못해”(17) 아이돌과 팬 사이에 연인이 껴 있다면 상상할 수 있을까? 신 같은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덤의 공허한 짝사랑을.

그래서 좋아하던 아이돌을 버리고 다른 아이돌을 찾아가는 걸까? 러블리즈에서 아이즈원으로, 러블리즈에서 프로미스나인으로…….

 

미주는 육개장 사발면을 좋아한다. 사진은 지난 해 뮤직뱅크 촬영 후 라면을 들고 이동 중인 미주(2018. 5. 11). ⓒ2cm

 

나를 상품화해 생산하는 아이돌?
괴로운 건 아이돌 본인도 마찬가지다. 딜레마다. 인기, 돈을 선택할까. 아니면 모든 걸 두고서 하나의 사랑을 택할까. 건의 말처럼 기획사 사장이 현실적으로 활동을 마치고 나서 연애하라 설득하지 않을까? 다닐이 감정적으로 물었다. “맨날 나중에…. 대체 언제 하라는 거야!”(19)

아이돌 대부분 10~20대인 점을 생각해보면 평생 아이돌 할 보장이 없을 거란 은찬의 말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거다. “연애하기 딱 좋은 나이에 연애를 금지하다니!”(21) 연애를 포기할 만큼 아이돌 활동이 가치 있는 걸까? 은찬은 모든 걸 다 가졌다지만 실제로는 다 가지지 못한 가수 김건모를 떠올렸다. 김건모가 연애를 원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이 연애를 싫어할 순 없다.

그럼 아이돌은 상품일까, 사람일까? ‘아이돌 상품론: 아이돌 산업의 상품형태와 노동과정을 중심으로’ 논문을 보면 이준형 연구자는 아이돌을 상품이면서도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로 보았다. 직접 음악을 만들고 춤도 개발하는 과정을 기획사에 넘겨주어 아이돌로 살아가는 실행 과정만 남는다. 어느 누가 기계처럼 일하길 원할까? 건은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세윤의 말처럼 아이돌 인권 침해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아이돌이 자발해 계약상 7년이란 시간을 나 아닌 나로 살아야 한다는 모순된 삶.



팬과 기획사 사장은 반대
혼란 막기 위해 ‘아이돌 노예 계약’ 꺼내…
발생하는 모순, 사랑하지만 아이돌 연애는 반대?

자신을 생산하는 아이돌
상품이면서도 자신을 직접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
연애를 박탈하는 자발적 모순 관계

사랑은 변하는 거야
아이돌과 달리 팬덤은 넓은 의미기에
자유롭게 탈덕도 가능, “한 번 팬은 영원한 팬” 없다

조금 더 미주에게
편지보다 눈 맞춤에 가까운 미주를 보며
“손 글씨로 상품화 할 시간에 뒷바라지 해주길”


팬의 사랑은 변한다고!
요즘은 달라졌다. 연예인도 이해를 요구하고 팬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세윤도 같은 생각. 점차 아이돌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방해되지 않게 활동하면 팬들도 이해하지 않을까 물었다. 진정한 팬심은, “네가 연애해서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24)라고!

‘한 번 팬은 영원한 팬’을 믿지 않고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 정의한 건의 말에 재혁도 맞장구 쳤다. 맞다. 시대가 변하듯, 노래라는 상품도 변하고, 아이돌은 성장한다. 철벽치마로 이름 날린 러블리즈도 어느덧 과감한 의상으로 바뀌었다.

아이돌은 억울하다. 적어도 자신은 만져지고 미주로, 때론 지애로, 명은이로 호명되는 반면 러블리너스는 저 광활한 대지의 무리로 보이기 때문이다. 러블리즈는 해체 전까진 러블리즈다. 러블리너스는 조용히 탈덕해 다른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면 아무도 모른다. 팬의 사랑은 변한다. 아이돌의 연애는 지금 뿐이다. 재혁은 “팬의 사랑은 한철이야”(24)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에도 팬덤의 향기가 사진으로 실렸다. 오종찬 기자가 찍은 아이즈원 예나 생일 광고판(2019. 5. 25). ⓒ오종찬 기자
ⓒ미효미

 

미주를 이해하는 걸
미주의 콧소리 섞인 애교에 심쿵한 나머지 또 다시 흑우(호구)가 됐다. 미니 6집 「Once upon a time」에선 활짝 펼쳐진 지갑에 주인이란 놈은 싱글벙글 웃으며 5월 21일이 되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띵─동 택배 아저씨는 문 앞을 스쳐갔고 그 자리엔 새 앨범만 남았다.

“후.후.” 변태스레 웃으며 한정판 아닌 앨범을 열어젖히자 고귀한 그것이 나왔다. 어김없이 러블리즈 흑우가 되고 “허.허.” 선비로 빙의해 천천히 상품화 된 러블리즈를 살펴봤다. 책 형식 앨범으로 요염하게 자신을 드러내자 현재의 멤버가 실린 포토 카드와 미래의 미주에게 보내는 편지도 실렸다.

손으로 직접 쓰고 여러 장 복사 된 미주의 편지를 읽고 마지막 문장에 다다르다 깜짝 놀랐다.

“그럼 또 보랴♡”

편지 쓰기보다 아이컨택하며 교감을 더 좋아하는 미주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미주’를 ‘이미극’으로 쓴 건 당연하다. 그런 미주가 가끔 흥을 주체하지 못해 부담을 줘도 사랑스럽다. 추운 연말 유난히 눈이 간 미주의 복장에 온 커뮤니티가 후끈 달아올라도 미주가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해한다.

 

고래가그랬어 5월호 표지.


팬의 사랑은 변한다고?
따라서 울림은 편지 쓰기 귀찮아하는 미주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강제로 시키지 말라 이 말이다! “그럼 또 보랴♡”가 나온 건 전적으로 울림 탓이다. 미주는 글로 생각을 피력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고 눈과 눈을 마주쳐 소통하는 걸 더 좋아하는 여자애다. 미주의 손 글씨를 상품화해 팔 시간에 우리 미주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게 뒷바라지 잘 해주길!

실은 건이 한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 변하지 않을 사랑도 있다고. 잠만. 무덤까지 미주를, 러블리즈를 좋아하고 사랑하면 그게 진짜 흑운가? 그럼 까짓 거 흑우로 살지 뭐. 토론은 어떻게 끝났냐고? 나는 은찬의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용은 고래가그랬어 5월 호를 확인하시라! 당연, 광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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