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 05. 07 | 수정 : 2019. 05. 08 | A22
살다보면 절대 웃으면 안 되는 상황임을 느낄 때가 있다. 호시탐탐 떠드는 아이들을 노리던 선생님 눈빛을 피해 우연히 걸린 옆 자리 친구 녀석의 엉덩이에 불이 날 때면 긴장감은 배가 되었지만. “으잇!” “호잇!” 소리로 추임새를 낼 때면 다들 끅끅대고 웃음을 참아냈다.
깨져버린 맥락 속 군생활도 그랬다. 총기 수여식을 앞둔 훈련병 신분에 중대장 훈련병이 내뱉은 “충성” 소리가 그날따라 “쫑성!”으로 들릴 때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남들 다 진지한데 왜 나 혼자만 웃는 건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절대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은 교회서도 이어졌다.
나도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막 출소해 모든 일이 하느님의 은혜라고 간증하려던 형제가 단 위에 서자 옥중 사도 바울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목사님께 보낼 서신을 써내려간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죄인입니다.’ ‘저 같은 쓰레기를 구원하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목사님께 쓴 편지를 내 손에 들고서 눈물을 머금은 기억 때문이다.
이제 막 출소해 모든 일이 하느님의 은혜라고 간증하려던 무렵, 형제가 말문을 열었다. “은혜”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가 갑자기 흐느껴 울었다. 그야 말로 모든 일이 하느님의 은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내 가슴도 콩닥콩닥 뛰었다. 진짜 죄인이 고백하는 간증에 내 몸도 떨려왔다. 그렇게 나도 뒷자리에 앉아 펑펑 울 줄로 알았다.
근데 뜬금없이…… 웃음이 터졌다. 온 몸을 비틀며 온 몸을 떨고서 “끅끅”대고 웃었다. 옆에 앉은 친구는 내가 오열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왜 웃긴 거지?’ ‘왜’ ‘왜’ ‘왜’ 거친 숨소리는 50평 남짓 교회에 퍼지고 말았다. 뜬금없이 웃은 이유를 몇 해 지나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앙금이 남다 못해 분노로 자리했다는 사실을 알고서야 깨달았다.
피해자로 둔갑해 자신의 영위를 위해 “나는 용서했습니다”를 알리고 다니는 자칭 은혜 받은 목사의 명예훼손은 가려진 채. 모든 걸 은혜로 받아들이려는 교회 분위기가 웃음을 주체하지 못할 만큼 부자연스러움을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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