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사] 아장스망의 기쁨

지금의 세상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갈 테지만은 순연한 기억들이 새 기억 만들며 우리들을 지킬 것
2020년 01월 30일

미야자키 하야오의 1978년 作 『미래소년 코난』에서 코난과 몬스키가 마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은 코난의 현란한 총알 피하기 기술보다 눈길이 간 건, 적으로 등장한 몬스키였습니다. 유독 19화엔 몬스키가 악마가 되기 전의 기억을 상세히 묘사합니다. 기억하던 마지막 세상은 불바다가 되어버린 도시. 쓰러진 발발이를 깨우지만 이내 쓰나미는 아픈 기억과 함께 모든 것을 휩쓸고 맙니다.

극적으로 구조된 몬스키는 멸망한 인류를 다시 세우려 인더스트리아 행정국 차장이란 직함도 얻습니다. 알다시피 인더스트리아는 독재자 레프카에 의해 지배 체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세계의 평화를 위해 지구를 정복해야 하고 정복하기 위해선 체제 순응적인 강한 인간, 강한 에너지로 강한 무기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만들어진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느라 끝내 인간성을 잃습니다. 1등 시민이 인간성을 잃은 역설은 19화 곳곳에 흩어져 몬스키의 정황을 설명합니다.

ⓒ미래소년코난

그런 몬스키 앞에 코난이 서 있습니다. 코난은 만들어진 세계엔 관심이 없습니다. “대단한 아이”라 칭찬했지만. 총알 피하기(?) 기술이 뛰어나서라기보다 사람들 생명을 지켜낸 그 용기에 감탄한 겁니다. 만들어진 것은 우리가 사는 이 땅에도 넘칩니다. 진정성도 그렇습니다. 유명해지기 위해선 진정성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파란 만장한 삶 뒤에 숨은 어른들의 욕망은 투표 조작을 낳았고 이젠 장애를 빙자해 방송까지 해대며 순연함을 파괴합니다. 강한 인간, 우월한 삶. 몬스키에겐 과거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들어진 것들을 위해 발발이와 화목했던 기억은 가치 없는 상품으로 전락합니다. 가치 없는 아이돌이 잊히듯, 정복에 도움 되지 않을 기억도 소거해 버립니다.

하이하바에서 마신 진짜 홍차와 벤치에 앉자 지저귀는 새, 그 앞에 멸종한 줄만 알았던 강아지 앞에 10년 전, 죽어버린 발발이와 사라진 기억을 되찾습니다. 목숨을 걸고 다가오는 쓰나미에 사람들과 대피하라 경고한 코난을 넋 놓고 바라보자 이제껏 자신이 쌓아온 강한 여성, 강한 인간상이 와르르 무너지고 맙니다. 몬스키의 무너진 자화상 속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패배라는 기억들이 아장스망으로 구성되어 비교 의식을 낳듯, 거꾸로 진짜 홍차와 발발이, 코난이란 순연한 기억들이 모여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다면 과거를 기억한다는 건 단순히 기억의 재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장 난 테이프 마냥 같은 부분을 반복하며 피해 서사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더 이상 새로운 관계,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지 못할 겁니다.

아사카 모리오의 1999년 作 『카드캡터 체리』 극장판 ‘마법의 카드’가 끝날 무렵 크레딧이 올라오며 주제가 ‘머나먼 이 거리에서’가 나옵니다. 한국어 번역과 달리, 일본어 원어는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나만이 간직한 소중한 추억 언제나 함께하리 영원히’. ‘私の力で進む果てしないこの道を(나의 힘으로 나아가요. 끝없는 이 길을)’ 기억은 나만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만들어가기에 수많은 기억과 기록물이 끝없는 여정에 함께하기를 고대합니다.

(1절)
大好きだったあの歌古いテープの中
小さなキズ色あせたタイトルにじんだ夜明け
そしてまた今日が来る夏の風を連れて
慣れていく日々の片すみでふと孤独に出会う 

즐겨 부르던 그때 그 노래 오래 된 테이프에서
빛바랜 표지, 귀에 익은 노래 속에 새벽은 밝아오네
또 다시 시작된 오늘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맑개 갠 하루 어느 시간이면 문뜩 그리움에 젖는다

自転車でどこまでも 
風を蹴る速さ忘すない 

작은 자전거에 몸을 싣고서
부는 저 바람 맞으면 달리던 기억

la la la la歌おう空を見上げて
la la la la It’s my life
歩いて行こう
私の力で進む果てしないこの道を

라─ 라─ 라─ 라─  노래해 저 하늘 바라보며 
라─ 라─ 라─ 라─  It’s my life 
앞으로 가는 거야 
나 홀로 힘차게 달려 가네 끝없이 펼쳐지는 이 길을 
(日文: 나의 힘으로 나아가요 끝없는 이 길을) 

(2절)
いくつもの交差点いつも迷うけど 
流されたり追い越されたりして今を生きてる 
ぶつかること認めること 
大人になっても忘れない 

수많은 갈림길에서 나는 늘 망설였지만
지나치고 때론 뒤쳐지기도 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어
수많은 실패들 일어서는 아픔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 마음 속에

la la la la歌おう空を見上げて 
la la la la It’s my life 
歩いて行こう 
私だけのものだから自信持っていいよね 

라─ 라─ 라─ 라─  노래해 저 하늘 바라보며
라─ 라─ 라─ 라─  It’s my life
앞으로 가는 거야
나만이 간직한 소중한 추억 언제나 함께하리 영원히

生まれた街で夢見てきた
くじける度に思い出す
あの歌のように今できることは
少しでも前に踏み出すこと

어릴 적 놀던 마을 꿈길에서 보네
괴롭고 슬플 때면 떠올리는
그리운 노래처럼 지금 할 수 있는 건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가보는 거야

la la la la歌おう空を見上げて
la la la la It’s my life
歩いて行こう
私の力で進む果てしないこの道を 

라─ 라─ 라─ 라─  노래해 저 하늘 바라보며
라─ 라─ 라─ 라─  It’s my life
앞으로 가는 거야
나 홀로 힘차게 달려 가네 끝없이 펼쳐지는 이 길을
(日文: 나의 힘으로 나아가요 끝없는 이 길을)

 

mlizumi·rochi, “머나먼 이 거리에서”, 카드캡터체리 극장판 OST, 201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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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소랑 2026년 8월 26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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