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진짜 목격담
김혜진 지음 | 뜨인돌출판사 | 104쪽 | 1만1000원
아무도 모르게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이 알려지면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고, 자기 자신만 인식하는 그런 류의 범죄 말이다. 도둑질의 경우, 물건이 사라지는 물리적인 범죄이고 불륜은 정신을 파괴하는 심리적 범죄라면 아무도 모르게 저지르는 범죄는 괜찮을까.
‘피해가 없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겉으로 보기엔 피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윤리적으로 행위가 어떤 구조를 지향하는지가 중요하다. 어떤 행동이 발각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현실에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해도 관계와 사회, 자기 인격의 질감에 영향이 생긴다. 아무도 모르는 윤리적 진실을 스스로만 알고 있으므로, 그 진실이 자기 내면과 자아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가 핵심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해 피해가 없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남는다. 법적으로는 피해가 없으면 처벌 대상이 아닐 수 있다. 타인에게도 피해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반드시 어떤 흔적이 남는다. 흔적은 죄책감일 수도, 자기기만일 수도, 혹은 더 큰 욕망을 허용하는 문틈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잘못은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만 남는 상처 형태로 돌아온다. 우리는 그 상처를 어떻게 피해야 하고,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물음을 우리는 ‘윤리’라고 부른다.
거짓말이 그렇다. 중력을 거스르고, 관성과 물리 법칙을 거스르며 자연 법칙을 무시하는 태도 말이다. 누군가를 해할 목적으로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거짓말 정도야, 어떻게 해서든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은 어떤가. 모니터로 연결되는 드라마와 영화 세계는 어떠한가. 없는 말을 지어내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처럼 가꾸는 작품은?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 배우와 연예인의 백옥 피부, 이 모든 멋들어진 외양의 마케팅은?
지은이 김혜진은 책을 통해 ‘선의로 만들어진 말’도 하지 말아야 할 거짓말임을 꿰어 묻는다. 그 말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진다 해도 어긋하게 뒤틀리고, 기어이 타인을 향해 질주하는 왜곡된 질감을 포착한다. 지은이는 거짓말로 쌓은 모래성이 허무하게 스러지는 상처와 물음을 외면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서도 거짓말을 일삼는 태도를 처세술쯤으로 여기는 인간이 많다. 사회생활의 단면쯤으로 생각했다가 돌아오는 상처의 빚에 절망으로 구르고 또 구른다.
돌이킨다는 것은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단순히 몸을 뒤틀어 걸음을 옮기는 수준이 아니라 관성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력과는 다르다. 인간의 이성으로 과학 법칙을 거스르는 게 아닌 몸의 흐름, 자연의 질서에서도 좀 잘 살아가는 방식이기에 결코 가볍지 않다. 지은이는 그 윤리를 또렷이 응시한다.
지은이는 말한다. “거짓으로 쌓아 올린 담장이 무너지고, 찢을 듯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나 나는 찢기지 않았다. 산산이 흩어지지도 않았다.”
책 사이에는 출판사 뜨인돌이 끼워 놓은 별첨스프(책갈피)가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본지 서면 질문에서 “본문의 인용 글이 아니고 지은이가 따로 작성한 글”이라며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도움을 얻을만한 글귀를 지은이에게 부탁드려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