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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쏘, 할 말 있어④] 뭘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르는 회사, 영포티에게서 “도망쳐!”

자유의새노래 2026. 1. 17. 12:03

 

 

면접 때 잘 봤어. 그 새끼 싸가지 없더라. 그럴 거면 뭐 하러 면접관 타이틀 달고 앉아 있었대? 지 할 일이나 할 것이지. 잘 됐어. 그런 회사 가봐야 별 의미 없었을 거야. 마지막까지 예의를 갖추고 “회사의 번영을 기원합니다” 인사했던 거, 잘 했어.

너도 잠시 면접관 노릇 좀 해봐서 알 거야. 무얼 질문해야 할지를 모르는 인간은 면접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다는 사실 말이야. 뭘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면접을 보라는 거야. 그렇지? 처음 떨리는 마음, 직접 손으로 공고를 올리던 긴장된 너의 숨결, 너의 손길, 기억할 거야. 무엇부터 물어봐야 할지, 떠오르는 질문들을 쏟아내고 ‘이건 물어봐야 해’ ‘이건 묻지 말아야 해’ 고민하던 순간들. 밀려오는 면접자를 대하던 너의 숙고를 생각하면 그날 그 회사의 면접은 이미 꽝이야.

기억나니. ‘이 분은 이 회사에 적합하지 않아’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말이야. 능력은 출중한데 이런 험한 데 와서 고생하지 않았으면 했을 지원자들 말이야. 마음속으로 ‘지원자들 모셔두고 배워보자’고 생각나게 만든 능력자들 말이야. 네가 떨어진 이유도 똑같아. 능력이 출중하니까, 머리 잘 굴러가니까, 금방 뛰쳐나갈 거란 것도 알았을 거야. 그러니 공고에도 없는 ‘행사 보조’ ‘전화 응대’ 같은 단어로 에둘러 지껄였겠지. 그것도 면접장에서. 그래서 그 놈 회사는 꽝이라는 거야.
 
 
공고에조차 없는 직무
이것저것 토설해 놓고
‘그래도 버틸 수 있어?’ 
능력은 없고 콧대 높아
수준 떨어지는 질문들
네가 가야 할 곳 기억해?
숭엄한 노동의 가치와
혼나며 배우던 시간들
 

난 말야. 회사 선임에게 된통 당하며 혹독하게 살아왔던 그 분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 동변상련이라 해야 할까. 규모가 있는 회사일 수록 분업화가 잘 돼 있잖아. 전문적일수록 디테일함에 몸서리치기도 했고. 오자(誤字) 하나에 광분하는 선임을 보면 볼수록 때론 두려움을, 때론 자책이 들기도 했겠지. 그렇지만 그 혹독한 시간들을 보냈기에 지금의 섬세한 네가 다듬어졌잖아. 그렇게 하나 둘, 성장하는 거겠지.

그분의 눈망울에는 아직도 그 선임이 존경하는 자리에 서 있는 걸 느꼈어. 섬세하고 예리하다 못해 예민해서 갈구고 또 갈구는, 그러나 그 손길이 없었다면 결코 몸에 익힐 수 없었던 실무 경험 말이야. 그런 회사를 가야 하는 거 아니겠니. 일하면서 빼먹을 게 있는 곳, 혼은 나지만 존경심이 드는 곳, 지치지만 배울 수 있는 곳. 무력감이 아니라 성장통을 느낄 수 있는 곳.

하긴, 그런 회사가 아니라서 귀한 시간 내 가지고 온 면접자에게 그따위 질문이나 던지는 거겠지. ‘한 놈만 걸려라’ 심보로 말이야. 가운데 앉아 가지고 좌장처럼 보이고는 싶었는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공고에도 없는) 이 일들,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묻는 놈 밑에서 뭘 배우겠니. 갈 데 없는 건 똑같은 처지에다, 나이만 열 다섯살 더 많아 이직은 꿈도 꾸지 못할 텐데. 나이 좀 많다고 깝죽대는 게 전부인 놈이 말이야.

잘 됐어. 어차피 됐어도 안 갔을 거잖아. 주제도 모르고 콧대만 높은 것들, 넘치는 노동 인구의 수혜를 받는 한심한 것들. 미래 있는 직종도 아닌 망해가는 사양 산업 겨우 붙들고 있는 것들. 그 회사는 너 같은 사람을 감당할 그릇이 아니야. 아니 근데 나 진짜 몰라서 묻는 건데, 그 회사 말이야. 남의 포트폴리오를 왜 흑백으로 인쇄하고 지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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