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디에서 왔으며/이제 어디에로 가는가/한때는 집이라고 부르던/낙원에서 추방된 난민’
아티스트는 누구보다 우리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지구를 위한다는 말은 결국 종의 생존이라는 미명(美名)일 뿐이라는 것. 우리 문명의 존속이라는 슬로건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작년 10월 9일 발매한 심규선의 정규 4집 ‘#HUMANKIND’(#휴먼카인드)의 타이틀곡 ‘Question’이 이목을 끌었다. 가사만 있는 영상을 보았을 땐 그저 물음을 던지는 아티스트의 노래쯤으로만 생각했다. 영상과 함께 울려 퍼지는 멜로디에 다른 차원의 감정을 느꼈다.
화면은 끝을 향해, 아니 죽음과 파멸을 향해 내달리는 인류의 서글픈 이면을 과감히 드러낸다. 얼굴을 갈아치우는 듯 바뀌는 인류의 동상과 킹을 처치하는 퀸의 체스 장면, 지구를 허물고 아파트를 세우는 그래픽에서 소름이 돋았다. 멜로디가 가리키는 문장의 의미를 단어 하나하나 영상으로 표현해내는 완벽한 편집이 인류의 끝을 덤덤한 마음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던지는 물음.
‘우리 사람의 본성은/과연 선한가 혹은 악한가’
강렬한 메시지
심규선 정규 4집 타이틀곡
‘Question’에 쏟아진 이목
지속 가능에 대한 반성과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들
인류의 위대한 지력과 업적은 미래의 세대를 편리하게 했지만 지금의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은 고통과 불안이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 인공지능(AI)을 위협으로 생각하는 역설, 발전한 것 같으나 제자리걸음일 뿐인 인류의 현재에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는데 무슨 잔치냐”고 말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고백처럼.
이 음악의 메시지를 곱씹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내뱉은 문장과 단어, 호흡까지 단 하나의 질문을 향해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느냐고. 그동안 심규선은 음반을 통해 생태와 기후, 인류에 대한 메시지를 냈던 아티스트는 아니었다. 그저 사랑과 로맨스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쯤으로 생각했다. 전혀 다른 분위기에 심규선이 아닌 줄 알았다. 전혀 다른 사람인 듯한 아티스트가 던지는 질문에 무엇으로 응답해야 할까. 또 다른 질문이 마구 쏟아지는 것은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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