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식스나인
이정국 감독
104분
청소년관람불가
1996
과감히 드러난 여자 가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린 나이에도 뇌리에 강하게 남을 정도였다.
이정국 감독 ‘채널 식스나인’은 해직기자 PD 윤제하(신현준 분·扮)를 주축으로 해적방송을 개국하고 이를 통해 황기영 의원(박근형 분) 전직 세무계장 정치자금 사건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90년대를 상징하는 홈페이지와, 특유의 멜로디, 지금은 단종된 기아 베스타(BESTA) 승합차, 두꺼운 CRT모니터에선 고주파음이 들려올 것만 같다. 웃음을 참지 못할 또 다른 이유는 얼굴 하나 바뀌지 않은 배우 신현준과 박근형, 홍경인의 연기로 영화를 보는 내내 쏠쏠하다.
해직기자 윤제하는 황 의원 정치자금 사건 폭로를 결심한다. 조민희(최선미 분)를 섭외해 천재 해커 구석기(홍경인 분)와 전문대 전기과를 졸업한 양종태, 서울대 음대 작곡과 4년 연속 낙방한 임상구를 데리고 해적방송국을 차린다. 구석기를 통해 은행에서만 20억 인출에 성공하고 본격적으로 승합차 안에다가 방송국을 차린다.
윤제하의 칼날은 항상 황기영을 향했다. 방송국 인터뷰 도중 전파를 납치해 채널 식스나인 프로그램을 송출에 성공한다. 황 의원이 ‘21세기 미래재단’ 설립 취지 인터뷰가 생방송으로 나가던 도중이었다. 첫 방송을 성공하자 다음엔 미래재단 현판식 뉴스가 나올 무렵 전파납치에 성공한다. 차량 안에 방송국을 마련해 추적이 어려웠고 추적하더라도 이동까지 가능해 수사당국을 피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전파납치 뿐만 아니다. 정치계와 언론·방송계를 향한 폭로 방식이다. 황 의원은 무용가 성주희(강미정 분)와 불륜 관계였다. 의원 사무실에서 벌인 긴밀한 관계를 우연한 기회로 녹화해 비디오로 보관 중이던 윤제하가 채널 식스 나인으로 고스란히 보도해 폭로한다. 미래라는 단어를 선점해 유력한 대권주자로 추앙받는 황 의원의 추악한 실체가 드러난다. 겉으론 미래와 청년, 가정을 생각하는 듬직한 국회의원이겠지만 사실은 성주희와 불륜을 저지르고 40억원 가량의 정치자금을 빼먹은 범죄자일 뿐이다. 채널 식스나인을 통해 다 벗고 나온 포르노 자키 조민희가 ‘초미니’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말한다. "여러분 우리 다함께 몽땅 벗고 씻어요. 더러운 것들은요. 말끔히 벗겨진다구요."
잇따른 전파납치에 수사당국은 불순분자로 규정했고 방송사는 ‘조작된 화면’ ‘화면조작 특수촬영’으로 몰아갔다. 이 광경을 허탈하게 바라보는 윤제하의 표정에서 20년도 지난 지금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아내 들으라고 목소리 높이는 황 의원의 통화가 인상적이다. “반민주 불순세력들이 날 밀어내려고 공작을 부리는 걸지도 모르지.”
마지막 고별 방송은 황 의원의 ‘후원의 밤’ 행사에서 송출됐다. 윤제하가 과거 NBS 프로그램 ‘PD리포트’ 방영 당시 심의에서 잘린 영상을 내보낸 것이다. 무력하게 보좌관만 찾아 헤맨 황 의원은 크게 분노하고 이후 검찰로부터 소환 받는다. 이로써 채널 식스 나인 전파납치는 사라지고 제2해적방송이 등장했다는 보도로 영화는 끝이 난다. 전파납치 과정에서 불륜 사실이 드러나 앵커 자리에서 물러난 오수경(박효정 분)에게 말한 방송국 선배의 말이 한국의 상황을 드러낸다. “사람들 그때 사건 다 잊었어. 우리 국민들 건망증 심하다는 거 다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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