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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종교 사기꾼은 돈을 움켜쥐고 이렇게 말했다: 「구해줘2」

ⓒOCN

 

 
종교 트라우마 가진 사람이면 보지 않는 게 좋겠다.
 
 스포일러 주의     구해줘2는 사기꾼 전과자 최경석이 교회 장로로 변장해 댐 공사로 수몰할 예정인 마을 주민들의 이주정착지원금을 가로채는 내용이다. 구해줘1과 다른 방식으로 종교사기를 구사하고 좀 더 다채로운 한국만의 사회 문제를 배치해 흥미를 더한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는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수준이고 차라리 연애로 희석시켰으면 좋았을 만큼 작중 현실의 벽이 자리했다.

장소 월추리 마을은 곧 댐으로 수몰될 지역이다. 마땅한 보상금을 받아야 하지만 법에 문외한인 주민들은 속수무책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영웅처럼 등장한 한국대 법대 교수 최현수가 나타나 지원금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한다. 최 교수에게 호의적 감정이 싹튼 마을 주민은 교회를 세우는데 이바지하고 하나 둘 신앙 세계로 귀의한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 간음 혐의로 교단에서 면직 당한 전(前) 목사 성철우가 개척교회로 부임한다.
 
 

 

◇명예와 권력: 이장 박덕호
이장은 수몰 예정인 마을의 지원금 보상에 힘써왔다. 이장의 명예와 권력도 단숨에 무너진 계기는 더 큰 권력, 최 장로 앞에서다.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첫 주일예배 시간에 맞추어 마을의 긴급회의를 소집해 빈 예배당으로 만들었다. 교회와 장로를 향한 일종의 견제다. 불편한 견제도 단숨에 무너졌다. 일찍이 최 장로는 이장이 딸 광미와 사이가 좋지 않음을 알았다. 폭발할 때를 기다렸다.

기회가 찾아왔다. 마침내 광미가 폭발하고 아버지를 원망하며 가출한 것이다. 힘들어 하는 틈을 타, 최 장로가 이장의 편이 되어준다. “만나거든 혼내지 마시고. 꼭 안아주세요.” 폐업한 극장 어둠 속에서 아빠를 보자 엉엉 울며 끌어안는다. 화해와 함께 최 장로의 주가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장로는 진정한 너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돈과 건강: 칠성 댁·양계장·붕어
마을에 하나 둘 위기가 닥친다. 칠성 슈퍼를 운영하는 박칠성 아내 김미선이 폐암 말기란 사실을 접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목사 성철우는 그래도 주 아버지를 믿어야 한다고 말지만 듣지 않는다. 장로는 필로폰 섞인 물을 건넸다. 아내는 멀쩡해져 밥 한 숟갈 맛깔나게 먹는다. 거금을 주고 생명수라는 이름의 물을 받는다.

돈 걱정에 쪼들리는 양계장과 붕어가 우연히 장로의 계획을 발견한다. ‘신앙공동체’ 이름의 완성된 일러스트에 혹한다. “나도 신앙공동체에 들어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칠성네 부부처럼 보상금을 통장 째로 바치며 신앙공동체에 입성한다. 장로를 의심하는 경찰서장에게 하는 말이 가관이다. “서장은 20년 뒤에 은퇴하고 나면은 퇴직금 연금 이런 거 받아먹고 살지?” “우리는 죽을 때까지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어!” “죽어서도 떵떵 거리고 살지.”


자기 이익을 추구한 사이비
이후에 불과 함께 타들어가
선택, 기존 악vs새로운 악
섬세한 문제 앞에 고민한다


◇아들이 사탄이라니: 민철네 가족
하나 둘, 신앙의 세계로 귀의하는 마을 주민들을 바라보며 최 장로의 정체를 알아맞힌 유일한 사람이 있다. 주인공 김민철. 어렸을 때 가정 폭력 행사하는 아버지를 비고의적으로 죽였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삐뚤어졌다. 그 비뚤어진 민철이를 잡아준 사람은 칠성이 형 뿐. 사실 최 장로는 교수 최현수가 아닌, 수배 중인 사기꾼 최경석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민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자기 아들을 사탄 취급하는 어머니, 애초에 가족으로 인정도 않은 동생 영선, 그마저도 출소 후 자기 편이 되어준 칠성 역시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라며 내쫓김을 당하자 민철은 충격을 받는다. 칠성 슈퍼에서 언성이 높아지며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애초에 나쁜 놈이라는 걸 몰랐느냐고 말하는 장면에서 주인공 민철의 충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신에 미쳐버린 목사, 돈을 움켜쥐는 사기꾼
목사 성철우 과거는 충격적이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아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문제는 아이의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하는 양아치라는 점이다. 목사직에서 면직 당하는 사태를 맞이해도 신은 자신을 용서했다고 믿는 정신승리로 이어진다. 민철이라는 악, 최경석이라는 두 악이 만나 충돌하며 시청자들에게 묻는다. ‘피할 수 없는 악을 마주한다면 당신은 어떤 악을 택하려는가.’

교회에 불질러, 자기 몸을 투신해 신앙심을 내보이려 한 성철우는 불길에 휩싸인다. 바깥에서 타들어가는 돈을 움켜쥐며 이제 막 체포하러 온 경찰서장 앞에서 최경석은 이 말을 남기고 사망한다. “천벌? … 신이 어디 있어?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