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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마감하면서] 1년 만의 발행

자유의새노래 2022. 3. 1. 21:00

이제껏 우리 신문은 1년 동안 단 하나의 호(號)라도 발행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 암묵의 약속이 비로소 깨지고 말았습니다. 코로나19 이후 2021년 한 해 동안 단 한 번도 발행하지 않은 기록을 써버린 겁니다. 써버렸다는 표현에서 짐작하듯 의도한 바는 아니었습니다.

신문 제작에는 수많은 글자와 사진이 필요합니다. 이번 호는 취업을 하고 이사하는 과정 그리고 퇴근 후 시간을 틈틈이 모아 만들었습니다. 기획 기사도 집필했고 백신도 맞으며 과정을 글로써 남겼습니다. 처음 선보인 단편소설은 일러스트를 그려가며 한 차례 엎고서 또 다시 써내려갔습니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고(高) 퀄리티 1인 신문을 만드는 유일한 사람일지 모릅니다.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들 시선이 “대단하다” 이 한 마디뿐이지만. 대개 시선은 ‘그런 신문 만들어서 뭐하냐’는 말이 다수인 듯합니다. 구(舊)시대 문법으로 전락한 신문을 누가 보느냐, 글보다 영상 아니냐는 차원에서 “나를 위해서” “이 신문 최대 독자는 바로 나”라는 농담도 던지지만. 사실은 이 말들이 가장 올바른 대답입니다.

구시대 문법으로 전락한 우리 시대 신문은 여전히 정보를 전달하는 힘을 가집니다. 저에게 이 신문은, 담론을 정리해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가집니다. 반성과 성찰, 미래로 달려갈 추동력을 이 신문을 만들며 얻습니다. 과거사라는 케케묵은 기억 속을 탐사하며 최문정, 문소혜라는 캐릭터를 창조해내 과거를 재해석할 아이디어를 발견합니다. 놀랍게도 과거라는 공간이 지금의 시간과 오버랩하면서 내일을 살아갈 추동력이 되기에 신문을 제작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재밌습니다.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정의를 팔면서 이 신문 봐달라는 말은 않겠습니다. 대신 한 사람의 기억을 읽기 쉽게 기록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신문에 담겠습니다. 누가봐도 가슴 따뜻해지는 글을 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일간지가 다루지 못하는 기억 담론으로 이 신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겠습니다.

여러모로 지면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자주 바뀌지 말아야 할 텐데요. 토대를 단단하게 했으니 안정적인 지면 편집을 이어가려 합니다. 코로나19가 예정에 없었던 것처럼 매번 무산되는 발행 역시 제 의지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때로는 의지와 무관한 길로 걷게 되는 삶이 우리네 인생 같습니다. 문정의 키스도 예정에 없었던 것처럼. 예정에 없었던 사건들을 통해 거대한 것들에 맞설 수 있는 치트키를 발견한 것처럼. 예측 불가능한 이 공간에 맞설 수 있는 추동력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