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 11. 17 | 수정 : 2019. 11. 21 | B10
“사진 많이 찍어주십시오. 하지만 관계자들이 나오지 않게만 해주십시오.”
순간 떠오른 이미지는 한 순간 사진을 촬영해 사람 숫자를 센다는 중국 공산당 기술을 보도한 뉴스가 떠올랐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붐볐다. 그리고 생각보다 신문과 방송 뉴스는 홍콩을 자세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홍대에 위치한 갤러리 위안에서 지난 15일부터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전시회가 개최됐다(2019. 11. 15). 본지 주필은 16일 저녁, 사람들로 북적이는 홍대입구에서 갤러리로 향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갤러리엔 검정색 옷을 입은 관계자들이 안내하고 있었다.
“혹시 한국인이세요?”
생각보다 어눌한 질문에 그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주필이 “그렇다”고 답하자 갤러리 전시 순서를 설명했다. 주필은 “사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고, 관계자는 흔쾌히 허락했다. 이어 간절히 부탁했다. “제발 많이 찍어주십시오.”
◇발단, 범죄인 인도 법안
전시회 이곳 저곳 붙은 사진은 생각조차 어려운 먹먹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고층 건물 사이로 행진하는 백만 홍콩 시민 행진을 담은 첫 사진부터 가슴이 턱하고 막혔다. 도대체 무엇이 시민을 집 밖으로 나서게 만들었나 질문하게 만들었다. 발단은 홍콩 정부가 추진한 ‘범죄인 인도 법안’이다.
지난 해 2월, 대만의 한 여관에서 홍콩인 찬통카이(陳同佳·20)가 여자친구를 살해했다(2018. 2. 17). 시신을 유기해 홍콩으로 달아났고 홍콩 당국은 3월 13일 찬퉁카이를 체포했다. 하지만 처벌은 이뤄지지 못했다. 국가 관할권행사에 대해 속지주의를 채택하기 때문이다. 찬퉁카이가 범행을 저지른 곳은 대만이고, 홍콩으로 달아났기 때문에 속지주의를 채택한 홍콩이 그를 처벌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대만으로 송환조차 불가능했다. 대만과 홍콩은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 아래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범죄자를 처벌할 수도, 송환할 수도 없자 여자친구 카드를 돈으로 인출해 사용한 혐의만 처벌할 수 있었다. 이를 문제 삼은 홍콩 당국이 마련한 방법이 범죄인 인도 법안, 이른바 송환법 개정이다.
거리로 나온 홍콩 시민
100만 市民 거리서 외친 自由
목적은 송환법 반대와 직선제
홍대 갤러리에서 전시회 개최
심대하게 자유를 침해하는 법
홍콩 政, 찬통카이 사건 빌미로
행정장관 직권의 용의자 송환
가능한 법안 마련해 시민 반발
홍콩 시민들이 우려하는 이유
대상 지역에 포함된 중국 본토
反中 인사도 본토로 송환 가능
일국양제 원칙 훼손 우려 강해
◇심대하게 자유를 침해하는 법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이 불가능한 지역의 범죄인 인도를 위해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마련했다(2019. 3. 29). 홍콩법이 아닌 해당국 법으로 징역 3년 이상을 예상하는 범죄의 경우 적용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범죄자를 인도하는 측면에서 필요해보이나. 홍콩 시민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심대하게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이다. 대상 지역에 중화인민공화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와 홍콩 간의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발생한 범죄는 특별 형사 사건으로 분류한다. 핵심은 특별 형사 사건의 경우 홍콩 행정장관이 용의자 송환 여부를 결정한다. 결정에는 입법회나 사법회의 개입이나 견제는 없다. 홍콩 행정장관이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선출되기 때문에 행정장관에 대한 홍콩 시민의 신뢰는 불신임에 가깝다. 지난 2014년, 우산 혁명에서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이유다.
홍콩 시민이 뽑지 않은 행정장관이 반중(反中) 인사를 송환 결정한다면 홍콩에는 더 이상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홍콩인 뿐 아니라 여행자나 외국인 거주자도 대상이기에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 본토 입장에선 좋은 기회인 셈이다. 지난 해 12월 스파이 혐의로 마이클 코프릭과 마이클 스페이버가 구속됐고, 2015년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한 책을 팔던 스웨덴인 출판업자 구이민하이가 실종되어 구금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홍콩 시민 100만 명이 거리에 나왔다. 홍콩 인구가 약 72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그 압도적 숫자, 길거리를 행진하는 백만을 사진으로 보니 가슴이 턱하고 먹먹해졌다. 이들과 같은 2019년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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