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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우리는 모두 신 죽음의 時代에 살고 있다

입력 : 2019. 09. 27 | 수정 : 2019. 09. 28 | A35

 

제 104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2019. 9. 26).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가 발표한 명성교회 수습안은 교단 헌법과 재판국을 뛰어넘는 초법적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헌법 제 28조 6항은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와 직계비속,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재판국은 명성교회가 교단 헌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를 무효로 판단하기까지 했다(2019. 8. 5).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는 수습안을 통해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을 2021년으로 미룸으로써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헌법에선 분명히 직계비속을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음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법을 잠재”했으므로 누구든 교회와 국가법에 의거해 이의제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자신들이 만든 헌법도 지키지 않은 무소불위 그 자체다. 헌법상의 시행 규정 신설안을 1년간 연구하기로 함으로써 더는 총회 차원의 논의를 이어가지 못했다. 헌법을 뜯어 고치지 못하면 시행 규정이라도 신설해 세습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게 찬성 측의 멘탈리티다.

매년 가을 총회가 열리면 각 교단은 약속이나 한 듯 줄어든 교인수를 발표한다. 성결교회는 5년, 감리교회는 10년 연속 감소, 합동만 270만 선이 붕괴됐다. 통합까지 전년 대비 7만 명이 줄었다. 통합 총회 총대의 평균연령 62세로 교회도 늙어간다. 교회가 위기를 느낀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렇게 한국교회를 생각하는 이들이 왜 동성애를 죄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총회 차원의 시국선언문에 누구보다 한국 사회를 걱정하듯 글이 줄이 되어 뜻을 밝혔지만. 왜 한국교회가 위기에 봉착했는가. 왜 명성교회만 세습이 가능한가. 왜 김하나 목사여야만 하는가. 한 번이라도 답한 적이 있던가. 헌법과 재판국을 넘어선 초법적 결정이 상식적인가.

바삐 사는 젊은이들이 관심조차 기울이지 못하는 젠더 문제를 이데올로기로 보는 것도 모자라 동성애를 죄라고 발표하다니. 레위기 구절을 가지고서 동성애를 논하는 수준이면 부끄럽지 않은가. 성경은 현대 사회에 상식적인 동성애의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성경이라는 텍스트의 한계다. 그런데도 예장은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를 구호로 삼았다. 교단지(敎團紙)는 “혁신의 시작”이라고 자화자찬한다. 김삼환 목사는 22일 기고를 통해 “한국교회에 많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무엇이 죄송하다는 것인지, 어떻게 혁신을 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정작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아프게 하는 건 자신들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사회의 소금과 빛이어야 할 교회가 초법적 발상을 제시하니 젊은이는 어둠 밤 속, 100년 전 니체의 경구를 인용해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교회가 이 모양이니 세상도 요지경이다. 한국교회의 밤은 안녕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