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진 쥐” 놀리던 지하철과 승강장 틈새… 재어보니 ‘20㎝ 지옥’

틈새에 빠지는 사고… 나흘 지나도 걸을 때마다 느낀 통증 사고 수습은 전무 또래 두 여성의 도움 간신히 받으며 매듭
2025년 05월 16일

평범한 퇴근길이 상처와 고통의 발걸음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18일 여자친구의 하반신이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틈에 빠지자 바라보던 시민들은 허둥지둥했다.(2025.03.18) 사고 시각은 오후 7시 52분경. 서울 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발생했다.

“앗” 여자친구가 비명을 질렀고, 곧바로 여자친구를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경황이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하반신 일부가 빠졌다는 점이다. 본지가 입수한 CCTV를 보면 여럿 시민들이 그 광경을 기웃거리며 지켜보는 장면이 녹화 돼 있었다.

한 20-30대 여성은 여자친구를 구출하느라 바닥에 내려놓았던 작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주워다 건넸다. 비슷한 또래의 한 여성은 고통스러워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두 사람에게 모두 “고맙다”고 인사했다. 책을 주운 여성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내가 한 일은 없었다”며 “함께하는 일행 분이 있어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발빠짐 사고가 발생했지만 고속터미널역을 운영하는 기관인 서울교통공사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해도 역무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뒷수습도 사고 피해자가 매듭지어야 했다. 사과나 안내방송 등도 없었으며 구조 과정에서도 대응이 없었다. 오로지 다친 사람만 있었다.

성인의 평균 발 너비는 9~10㎝로 어린이나 체구가 작은 여성의 경우 7~8㎝ 이하도 흔하다. 도시철도건설규칙 제30조의2 제3항은 차량과 승강장 사이 간격이 10㎝를 초과할 경우 승객의 실족 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20㎝ 틈새는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수치이며 안전 설계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음날 여자친구는 집에서 가까운 정형외과에 들러 치료를 받았으며 ‘아래다리의 기타 부분의 열린 상처’ ‘고관절의 기타 명시된 부위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진단을 받았다. 사건 발생 후 나흘이 지나도 여자친구는 걸을 때마다 통증을 느껴야 했다. 일주일이 지난 25일 걷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며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20㎝ 지옥의 결과였다. 평범한 틈새가 아닌 20㎝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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