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 12. 22 | 수정 : 2018. 12. 22 | 디지털판
새로운 서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독립 서점, 아니면 교보나 영풍문고처럼 거대한 서점을 생각할지 모릅니다. 대개 독립 서점은 서점 주인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다보니 색채가 강하기 마련입니다. 정리된 서적만으로도 주인이 어떤 목적으로 비치했는지 분명하다보면 맞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거대 서점은 각 지역마다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1%밖에 되지 않으니, 운영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오죽하면 고 신용호 교보그룹 창업자가 “돈은 교보생명으로 벌고 사회 환원은 서점으로 하겠다”고 말했을까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서점이라면 좋은 의미일까요? 어제 밤,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새로 개장한 듯한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고래책방(GO.re)’.
매장은 총 두 개 층으로 나누어집니다. 1층은 문학과 어린이, 전집, 잡지가 진열되어있고, 2층은 경영, 경제, 철학, 역사학, 여성학, 건축, 자연과학으로 비치해두었습니다.
철학과 신학이 궁금해서 2층 먼저 방문해보았습니다.
서점은 왼쪽부터 박경리 작가 『토지』나 『신과 함께』, 미학, 자연과학, 역사학, 종교학, 철학, 여성학, 미래학, 경제학, 경영학으로 비치해두었습니다.
뒤에 진열 된 서적은 역사학입니다. 앞에는 건축을 다룬 책으로 비치해두었구요.
자연과학을 넘어 2층 끝 책장에는 『신과함께』가 있었습니다. 뜬금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으로 담지 못했지만 신과함께 왼쪽엔 박경리 작가의 오래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고래책방은 분과를 철학이나 종교학으로 구분했다면, 좀 더 세부적으로 분류해두었는데요. 예를 들어 ‘인문학’의 경우 ‘가볍게 친해지는 인문학’이라든지 ‘생각보다 말랑한 철학’ 등으로 딱딱하지 않게 구분해두어 보기 편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학을 따로 분류해 두었다는 점은 다소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마음 한편에 방치해 둔 영역을 따로 구분해둔 것은 흥미로웠습니다(물론 대형서점에도 따로 분류해두어 독특하다고 보기엔 힘들겠습니다).
아아, 하지만! 독일철학에서 하이데거 저작 중 『존재와 시간』밖에 없었다는 게 무척 아쉬웠습니다. 프랑스 철학도 없던 건 흠이었습니다.
1층으로 내려와 보면 지하가 보이는데요. 매장 출입구 왼쪽에서 지하가 보일 겁니다. 문학과 커피, 문학가들이 선정한 책을 비치해둔 곳입니다. 김선희 대표도 지하 영역을 독특하다고 표현했을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작가들이 선정한 책을 비치하거나
‘커피’를 주제로 한 카테고리를 지하에 두어 이곳 향기가 느껴지도록 마련해두었습니다. 세밀한 책방이라는 느낌이었지요.
엽서를 넣으면 고래책방이 대신 보내준다는 서비스인데요. 물론 현재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1층으로 올라오면 보이는 광경. 꽤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거나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습니다. 오늘 처음 오픈했다고 하니, 시민들에게 신기할 따름일 겁니다. 그 동안 하얗게 환하고, 책만 비치된 참고서 구매용 문고만 자리 했으니까요.
독립 서점은 워낙 규모가 작아 들어가기 부담스럽거나 다양한 책이 없어 둘러볼 재미가 없을지 모릅니다. 고래책방은 작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방문했다가 나올 수 있도록 경계선을 허문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자본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지요.
테이블 아래엔 이렇게 문학 전집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책하면, 빵과 커피이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듯 서 있는 광경이 재미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책만 보고 구매하는 딱딱한 환경에서 비로소 대화와 소통으로 향유하는 문화로 정착해가는 걸까요?
마실 것은 커피와 음료, 차로 구성됩니다.
커피
아메리카노 3,500원
카페라떼 4,000원
카푸치노 4,000원
바닐라라떼 4,500원
카라멜라떼 4,500원
차
허브티(캐모마일/페퍼민트/히비스커스) 4,000원
레몬티/자몽티 4,000원
음료
아이스티 3,500원
수제에이드(레몬/자몽) 4,000원
과일주스(키위/망고) 4,500원
요거트스무디(플레인/블루베리/망고/딸기) 5,000원
초콜릿라떼 4,500원
그린티라떼 4,500원
밀크티 4,500원
빵은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찍어두지 못했습니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어두운 사회상을 담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부터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으로 구분해 비치해두었습니다.
이번 「NYLON」 표지모델은 아이즈원이군요. 트와이스 시대는 끝난 것일까요?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카운터 뒤편으로 물품이 진열 돼 있고, 그 앞으로 잡지도 있어 딱딱한 활자에서 벗어나 사진도 자유롭게 독서 가능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코너에선 사진에서 보듯, 작가 정보와 사진도 세워두었습니다. 그러게요, 책을 보면서도 정작 작가 얼굴을 보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요.
왼쪽은 여행 가이드 서적을 두었고, 노란 여행 가이드 서적 아래에는 외국어 공부를 위해 비치해두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름이 ‘고래책방’이다보니 책 제목에 고래가 들어간 서적을 비치해둔 듯합니다.
멋모르고 들어간 심야의 고래책방은 한창 분주했습니다. 책 분류 용지를 붙이고 떼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상당히 분주하다고 생각했는데. 30분간 둘러보고 나가려다 어느 여자 분께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리고 그 한 마디에, 웃고 말았습니다. “또 오십시오. 내일 오픈입니다.”
점심, 도서관을 방문하고 찾은 고래책방엔 여전히 인사를 건넨 여성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이 고래책방의 대표였던 겁니다. 어제 방문한 저를 알아보고, 명함까지 주면서 부족한 점이나 요청할 사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연락을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전해주었습니다.
물론 오픈한지 하루도 되지 않았으니 부족한 게 많을지 모릅니다. 대표께서 직접 피드백을 요청할 정도면 충분히 고래책방은 아름답고 자유로운 공간으로 돋보이지 않을까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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