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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신앙/그래서 안 된다는 거다

[그래서 안 된다는 거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韓國 敎會, “97년에 나온 영화가 맞나?”

입력 : 2017. 01. 24 | 지면 : 2017. 01. 24 | A23


그래서 안 된다는 거다<3>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관기요.” “관기군요. 관기 군을 저에게 맡겨보시겠습니까?”


   “저에게 맡겨보시겠습니까?”할 때 본색이 드러나듯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이 목사, 목사인 척하는 거구나’하는 생각을 했다(이 부분이 압권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양아치 참 교육 시켜주는 목사님’ 영상은 신승수 감독의 ‘할렐루야’라는 1997년 개봉한 영화다. ‘관기’라고 소개한 교회 장로를 뒤로 하고, 교회의 외진 곳으로 불러 주님의 이름으로 ‘참교육(?)’을 하는 목사는 전과 5범의 양덕건(박중훈)이다. 교도소 출소한 지 얼마 안 되고 아르바이트로 불륜 현장을 쫓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알고 보니 김정환 목사.


   지갑을 털다가 로마서 8:2로 시작하는 편지 한 장을 발견한 그는 김 목사의 개척교회와 자매결연 맺은 중앙교회로 오면 성도들의 정성 1억 원을 주겠다는 소식을 접한다. 김 목사 행세를 하는 양덕건의 모습에서 한국 교회의 민낯이 드러난다. 무려 20년 전 영화이지만 어떻게 오늘날의 한국 교회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인지. 코미디 영화인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 목사의 권력, 교회의 무의미한 모임을 비판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교회에 나온다는 목사님의 오늘 말씀 인상 깊었습니다” “역시 신앙이 있고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으시구만. 전도사님!” “끊임없이 기도하란 말이야. 쉬지 말란 말이야!”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읊는 교회 전도사에게 훈수를 두고 있는 전형적인 목회자의 모습을 꼬집고 있다. 수요예배에서 교인을 두고 대표 기도를 한 양덕건은 마치 ‘당연한 이야기’를 대단한 것 마냥 받아들이고 있는 전도사는 목사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작은 정성(1억)으로 김정환 목사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교회의 장로도 마찬가지다. 그런 양덕건은 산간벽지 같은 오지만을 다니면서 교회를 개척한 대단한 목사였다. 그래선지 ‘천당티켓을 드리고 싶다’는 말은 목사의 무한한 권력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성서를 공부하는 교인들의 모습에서 교회의 무의미한 모임을 볼 수 있다. ‘이사야 7:14(마태복음 1:23; 예수의 나심을 가르치던 모양)’을 공부하고 있다며 공부 중에 들어온 양덕건에게 교사는 친절하지만 성서에 전혀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관기’에게 혼을 낸다. ‘임마누엘’을 ‘엠마누엘’이라는 성인 영화로 장난을 치며 다른 학생들을 방해했기 때문.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고 있는 것 같다’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당회장 목사의 딸인 한나가 복음성가 ‘내게 강 같은 평화’를 연주하며 학생들과 춤을 추기 시작한다.


   초등학생 빈칸 맞추기 식의 의미 없는 성서 교재가 난무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 교회는 1997년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우리와 함께하시기 위해” 성육신한 예수는 성서 공부를 하고 있는 교인에게는 찾아온 것 같았지만 정작 관기에게는 찾아오지 못한 모양이다. 교회의 소 모임을 참석해야만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것 같은 착각을 꼬집고 있었다. 현재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빈칸 맞추기 식 성서 교육이 아닌, 삶으로 살아내고 관기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이해일 것이다.


◇ 그리스도인답지 않은 한국 교회를 꼬집었다

   ‘참을 만큼 참았다’며 “교회의 집사인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것 같다”고 상담을 요청한 여 교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집사의 차 뒷좌석에서 칼을 들이댄 양덕건의 친구는 그의 요청으로 교회 집사에게 찾아가 협박을 하며 “하나님의 뜻이야 당장 저년 잘라버리고 너희 조강지처에게만 거룩하게 헌신해”라고 말한다. 집사는 곧바로 조수석에 태운 여자를 쫓아내고 아내에게 헌신한다. 기도를 강조하고, 예배 참석으로 해답을 주는 한국 교회의 우스꽝스러운 말장난보다 더욱 현실적인 답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과일 바구니를 가져오며 “저희 남편이 완전히 사람이 됐다”고 감사해하는 교인은 정말로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마음의 허리띠를 동여매자’는 설교를 표절하는 과정에서 거울을 보며 설교 연습을 하는 장면은 전혀 긴장한 구석이 없었다. “완전 무장하라 하신 뜻입니다. 우리 믿는 성도들은 십자가 군병들로써 화평한 복음의 예비한 신을 신고 예수 그리스도가 주신 전신갑주를 입고…” 우리의 삶에서 드러난 수많은 문제들을 추상적인 기독교의 언어로 표현해 해결하려는 한국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교통사고를 가장해 친구 동팔이와 거짓말을 일삼기도 한다. 사고 당한 척 연기하는 동팔이를 향해 살아나라고 기도하는 양덕건에게 교회 장로는 “그 순간에 아, 이게 바로 기적이구나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온 몸이 떨렸습니다”라고 극찬한다. “바로 그겁니다. 바로 그런 전율을 느낄 때 우린 하나님을 영적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라는 양덕건의 말은 덤. “순간적인 충격으로 잠시 기절했을 수 있다”고 말한 부목사를 ‘주님의 역사와 성령의 증거를 의심하는 적(敵)’으로 몰아세우는 양덕건.


   장로의 막장 아들 ‘관기’군이 다시 등장한다. “사탄에 빠진” 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두들겨 맞은 관기는 양덕건에 의해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아예 교회를 신사도 운동의 소굴로 만든 양덕건은 사람을 돈으로 매수해 병이 고쳐지는 연기로 ‘할렐루야’ 광기의 현장을 이끌었다. 손을 높이 들고 박수 치며 병 고쳐지고 자신들의 원하는 일들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그 열광에 빠져 있는 교인들은 그야 말로 광신도의 열혈한 자기충족이었다.


   교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협박, 거짓말, 돈으로 해결을 한 양덕건은 한국 교회의 모습을 제대로 비판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기도와 예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는 반면에 기도와 예배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수많은 문제들을 안으며 그리스도인 됨을 깨달아야 함에도 ‘모든 사람들이 예수 믿게 하기 위해’라는 구호로 교회 성장을 주장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규모와 크기로 환산하려는 욕심을 보여준 것이다.



목사의 권력, 무의미한 모임

목사에게 龍飛御天歌, 교회 전도사에게 훈수, 전형적인 목회자 모습을 그려내

교회에 적응 못하는 ‘관기’에게 해답을 주지 못하는 모습을 기억해야


그리스도인답지 않은 한국 교회

‘주님의 역사와 성령의 증거를 의심하는 적’으로 몰아가는 양덕건

세상에는 기도와 예배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다

그를 돕던 친구도 죄책감에 떠나고, 이를 폭로하겠다던 노유라의 충고

결국 예배 중간에 찾아와 교인들에게 고백하며 반성


교회를 떠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자기충족에 근거한 신앙, 우리를 천박하게 만들고 있다

교회 공동체 중심의 체질화는 일시적 해결책

문제 없는 인생은 없다



◇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한 죄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다

   “하나님을 남을 빼앗으려 하는 자를 싫어하십니다. 정당한 대가를 그런 대가를 노력에 의해 얻지 않고 남의 것을 갈취하려는 그런 사람들을 하나님께서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십니다”


   자신이 한 설교를 하나님은 잊지 않으신 모양이다. 돈을 매수해 병 고침을 연극해 사람을 속였다는 사실을 안 노유라(성현아)는 이를 폭로하려 했다. 당회장 목사가 돌아오면 이 사기극이 들통 날 것을 걱정해 발을 빼려 한 친구 동팔이는 교통사고 사건 이후 교회에서의 간증을 하고나서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한 죄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얼마 있지 않아 사이비 교주인 뻐꾸기도 구속 됐다. “사이비와는 다르다”며 병 고침 위주의 목회를 반대한 양덕건이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돈을 매수 해 교인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 온 그에게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다가왔다.


   위기 속에서 교회 개척 자금 1억 원을 중앙교회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을 목도해 온 부목사의 모습을 잊지 마시라. 당회장 목사의 딸인 한나의 성실함을 평소 좋아했던 양덕건은 편지를 남기고 교회를 떠났다. 한나에게 만큼은 자신의 전과 5범의 건달인 현실을 고백한 채로. 당회장 목사가 돌아오고 주일 예배를 집도하는 도중에 양덕건이 예배 중간에 찾아왔다.


   당회장 목사에게 “제게 기회를 한 번 주시겠습니까”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그는 그간의 자신이 저질렀던 모든 행동에 대해 고백한다. “여러분의 돈은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용서를 구하지 않겠습니다. 제 죄 값을 치루겠습니다. 1억 원이 여기 들어있습니다.”라며 강단에 내려놓고 “저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돈이 너무 없었거든요. 남 사기치고 때리고 돈을 뺏으면서 한 번도 죄책감이 든 적이 없었습니다. 돈 있는 놈들 몇 번 뺏는다고 티 납니까. 근데 말이에요. 교회에서 사기를 치니까 이상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잘못을 돌이키는 양덕건은 택시기사로 새 인생을 살며 교통사고를 당하는 승려를 목격한다. 머리는 미는 행동을 취한 양덕건의 모습으로 영화가 끝이 난다.


주인공 양덕건이 목사 행세를 하며 예배 중 병자들을 고치는 장면. 예배 중에 나온 병자들은 친구 ‘동팔’이가 매수한 사람들로 아픈 척 연기를 한 사람들이었다. 신사도 운동을 방불케 하는 사기극에 하나님이 벌이라도 내리는 듯 양덕건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할렐루야



◇ 자기충족에 근거한 신앙, 청년들이 교회 떠남에는 다 이유가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가 지난 101회 총회에서 ‘2016년 청년보고서’를 발표했다. 교단 내의 청년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청년부 재적인원은 10만 6393명으로 출석 인원은 6만 1183명이었다. 전체 교인의 2.19%인 셈. ‘이 곳이 정녕 교회인 것인가’ 의문이 들게 할 만큼 한국 교회에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1997년에 개봉한 영화임에도 2016년의 한국 교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자화상을 볼 수 있다.


   자기충족에 근거한 신앙은 우리를 더욱 천박하게 만들고 있다. ‘복음’이라는 말을 자신의 성취와 업적으로 탈바꿈한 오늘날의 교회는 번영신학으로 요약할 수 있는 성공을 주장하며 교인들을 현혹하고 있다. 교회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관기에게 어떠한 위로와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 해결’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기도와 예배 생활 등 교회 공동체 중심의 삶으로 체질화를 주장하는 일시적 해결책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얄팍한 인간의 욕심이 삶의 고단함에 대한 고민이나 자신의 반성보다 창조주에 의한 단 번의 문제 해결을 구하게 했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에 이유가 있다. 현실과는 동 떨어진 추상적 설교, ‘기도’와 ‘예배’의 구체적이지 못한 해결 방법, 감정 위주의 신앙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