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파도 앞에서 제법 몸 가누기 힘들었다. 하룻밤 사이 내린 폭설에 허리춤까지 쌓아둔 덕분이다. 파도 앞에 서기 위해 발 한걸음 조심스레 내딛지만 이내 발가락부터 젖고 만다. 푹 파이지는 않을까 바짓단에 묻는 건 아닐까 더 젖어버리진 않을까 순간 이어지는 왼발 오른발 박자에 맞추어 나도 몰래 종종걸음 뛰어간다.
파도 굉음 아랑곳 않은 채 총총걸음 빗기어 내 앞에 선 너. 가볍게 오르는 발바닥 보니 누구에게 맞서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수많은 갈림길 끝에서 오늘에 도달한 너도 이 파도가 무겁게 들리지 않았을 거야. 엇나간 줄 알았던 발바닥은 다시금 돌아와 내 앞에 서 기록으로 남긴다. 두 손 맞잡고 “언제나 어디서든 같이 있자” 이 한 마디 족적으로 남겨두고서 묻는다.
드넓은 대지로 남은 이 파도는 어디에서 온 걸까. 먼 이국땅에 도달할 줄 너도 몰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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