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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일기

[그 노래, 그 앨범] 새로운 이미지의 러블리즈

입력 : 2020. 11. 17 | C4-5

 

 

박제된 러블리즈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층적인 이미지, 차원을 넘어선 입체적 감정을 노래로 표현했다. 


이미 오블리비아테(Obliviate)를 통해서 고백하려는 소녀, 내지 이미 머리에서 그려진 차분한 소녀라는 콘셉트를 벗어났지만. 그 이전부터 탈피는 이뤄지고 있었다. 침묵─갈등─화해─연민이라는 타자를 대하는 다양한 감정들 속에서 사랑하고(WoW!), 바라보고(Cameo), 서운하고(Emotion), 기억하는(새벽별, 첫눈) 러블리즈가 노래한다.


관계의 역설적 고백(똑똑)은 청순과 소녀라는 이미지로 각인된 러블리즈의 새로운 방향성을 암시했고(The). 다소 길을 잃은 것 같았으나(Night and Day) 스물 한 살의 수정이가 고백한 언어들 속에서(숨바꼭질) 뒤쳐지고, 이르기도 하면서 아티스트로 발전해 나간다. 존재는 악을 상쇄한다고 주장했다. 두 해가 지나고 다시금 물었다. 존재는 악을 상쇄하지만은 않는다. 존재는 존재에게 고통을 주고 또한 상쇄한다. 이 앨범 전반에 흐르는 상쇄(相殺)의 효과는 단지 러블리즈를 박제된 이미지로 이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상쇄에서 발생하는 낯섦이 그렇다.

 

 

새로운 콘셉트
오블리비아테 새 이미지
이미 시작된 정체성 탈피
R U Ready에서 시작해


러블리즈가 부르는 존재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쇄로
흑화한 소녀는 낙담했지만
다음 이야기, 어떻게 될지

 


인간은 만들어진 타자의 이미지를 그 사람의 본 모습으로 오해한다. 알면서도 오해하는 이유는 인간이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란 말 사이(間)의 효과 때문이다. 데뷔 때 각인된 이미지를 지금까지 끌고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제껏 각인된 이미지에 갇힌 상황이야 말로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각인된 이미지의 너머를 오블리비아테로 본다면 무리일까? 정체성을 달리하는 일은 위험한 모험이다. 그러나 용기를 가지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 없다. 더는 지금의 길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용기를 가져야만 한다.


운명과 낙담에 사로잡힌 소녀는 사랑하는 이에게 풍선을 날린다. 이전까지 자신의 세계에서 타자의 세계로 넘어가는 사랑과 흥분으로 해석했지만. 오블리비아테를 기점으로 달리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세계로의 탈출이 아닌, 자신의 세계에 토대를 두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바꿔나가는 기존의 것, 정체성으로부터의 탈피. 소녀는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면서도 굽히지 않는다.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어그러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뜻과 타인의 뜻이 일치하지 않음으로 발생하는 상쇄가 세계를 어그러뜨릴 수 없으나, 자신의 정체성과 콘셉트에 분명한 영향을 끼치며 바뀌어 간다.

 

‘WoW’와 ‘지금, 우리’ 사다리/WoW!에 이르러 풍선을 날리며 바깥의 세계로 닿기를 바라는 소녀의 마음을 담았다면 지금, 우리는 사다리를 타고 자신의 세계를 벗어난다. 이미 박제된 이미지의 러블리즈 콘셉트에서 탈피하고 벗어남을 사다리로 해석했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정규 2집 ‘R U Ready?’ 이후 달라져간 러블리즈가 오블리비아테를 넘어 무엇을 노래할지. 마냥 사랑만 노래하고 후회와 갈등을 고백했던 소녀가 어느 순간 흑화하여 너의 흔적까지 잊겠다는 건지. 상쇄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지쳐버리고 만 소녀의 세계관은 붕괴 수준에 이르렀지만 내러티브는 끊어지지 않았다. 다음 앨범은 어른이 되었을 소녀의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 그러기에는 7년은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