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 10. 22 | C2
지수의 첫 연기, 「7일만 로맨스」에서 선보인 아이돌 이야기
너무 완벽해서 발생하는 문제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서지수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조금은 오글거려도 봐줄 만했다. 첫 지수의 연기는 괜찮았다. 체대생 ‘다은’이와 아이돌 ‘김별’ 사이에서 누구로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웹드라마 「7일만 로맨스」 이야기다.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요금제를 바꾸면서 새로운 서비스로 장착된 동영상 어플리케이션이었던 기억만 남는다. 걸그룹 카라(KARA)가 주인공으로 방영한 일본 드라마 우라카라(URAKARA)에서 지금도 특유의 오글거림을 느낀다. 상당히 느끼한 연기에도 이상하게 묘한 끌림은 모든 화를 끝내 시청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배우와 아이돌 연기력은 비교 가능하고, 아이돌이 배우로 전업하기까지 쉽지 않다는 고정관념이 생겼다.
한 해 지난 2013년,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도 뜨거웠다. 조연으로 출연한 걸스데이 유라의 연기보다 로봇 그 자체인 배우 장수원의 연기가 주목 받았기 때문이다. 남자 배우보다 여자 아이돌이 궁금해서 찾아본 유라의 연기 모음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도 남았을지 모르는 하단의 댓글을 지금도 기억한다. “이래서 아이돌은 연기하면 안 돼.”
◇아이돌에서 한 발자국 내딛듯 도전한 배우 생활
차마 예인이 입에서 “저는 웹드라마를 찍은 적이 없습니다”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가끔 브이앱 방송 중 ‘더 블루씨’(2017) 언급하며 자신을 디스하는 예인이를 보면서 웃으며 지나쳤고, 지애누나가 여러 차례 예인이 놀려주려는 심보로 꺼내온 순간을 여러 차례 목격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더 블루씨는 아닌 것 같다. 예인이 연기력 때문이 아니다. 어째서 포스터 상단에 ‘오산대학교’가 나와야 하고 자체 제작한 OST 하나 없이 러블리즈 음원 날 것 그대로 가져다 붙이는 건지. 전투 장면에서 도대체 누구와 싸우고 왜 이겨야 하는 건지.
그리고 나서 예인이 연기를 못고보면 오글거리지만 사랑하스러워서 계속 보게 된다. 사실 연기력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바다 풍경 바라보며 고민에 빠진 예인이를 보면 자체 빛이 나는 광채에서 계속 시청하게 만드는 힘을 느낀다. 예인이만 보게 되는, 더는 이 세상 드라마가 아니다.
웹툰작가로 변신해 양궁부 매니저 연기를 보여준 웹드라마 ‘매칭! 소년 양궁부’(2016)는 양반이다. 웃으면서 화를 내던 케이의 분노를 여실히 담아내 오글함은 여전하지만 더 블루씨에 비해 전반적인 연출이 나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흐름도 이해하기 쉬운 구성으로 전개하기 때문에 내용 이해에 어려움이 없고 양궁부 선수들 간 짜임새 있는 관계가 케이의 녹여낸 애교와 함께 다음 화를 보게 만들었다. (적어도 OST를 러블리즈 원곡으로 넣지는 않았다.)
그런 어색함과 오글거림 사이에서 발생한 “이래서 아이돌은 연기하면 안 돼”가 깨져버린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옥희 역할로 감격을 선사한 케이의 뮤지컬 ‘서른즈음에’. 그리고 웹 드라마 7일만 로맨스에서.
◇뉴 미디어 시대를 연 웹 드라마
지난 해 10월 첫 방영한 ‘화이브라더스코리아’와 ‘와이낫미디어’의 합작 「7일만 로맨스」는 차갑고 냉정한 모습을 지닌 여자 아이돌 에인젤스 멤버 김별과 소탈하고 모두에게 친절한 체대생 정다은이 겪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다.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모르는 얼굴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별이 겪어야 할 무거운 짐을 생김새가 똑같은 다은이 대신 경험하며 다은이의 평범한 삶을 별이가 살아보는 이야기로 구성한다. 딱 일주일만.
처음 보는 남자와 예능 프로그램 촬영 차 같은 방을 쓰게 되는데, 다은이 앞에 선 남자 아이돌 한정우(마이틴·22·신준섭 扮)와 대면할 때 나의 눈이 오히려 휘둥그레졌다(지수의 연기보다 신준섭님 매력에 더 몰입ㅎ…). 하여튼 “처음 본 남자랑” “모르는 남자랑” “좋아하는 남자가” 제목으로 어그로 끌만 했다. 지수보다 잘 생겼다. 그런 잘 생긴 남자가 방에 못 들어가겠다고 대신 들어가 줄 수 있겠냐고 묻는다. 와 ㅎㅎ. 나라도 들ㅇ…. 하여튼 한정우에겐 트라우마로 삶이 피폐해져갔다. 정우를 따라다니는 스토커 때문이다. 만화책을 한 아름 가져와 정우가 잘 때 동안 같이 있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서로 다른 여자와 남자가 만나 비슷한 상처를 쓰다듬는다. 충견(忠犬) 같다며 다은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처럼, 다은은 정우의 상처에 귀 기울인다.
조연들이 더욱 어색했던 그간의 웹 드라마와 달리 7일만 로맨스에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조연이다. 동생 오빠 같은 매니저 송지호의 현실적인 리액션에 놀랐고, 악역으로 나온 루니 박보연은 너무 예뻐서 지수 컷에서조차 돌려보지 않은 화면이 화들짝 놀라는 루니 컷에서만 여러 차례 반복되어야 했다. 훈남 유지한(박건일 扮)의 친근한 배려와 따뜻함에 포근함을 느끼지 않을 여성이 몇이나 될는지. 한 사람 한 사람 자연스러운 연기가 하나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뉴 미디어 시대를 가리켰다.
◇끝나가는 만들어진 존재의 시간
때론 만들어진 것들에 서로를 의심했다. 끊임없이 경쟁들 사이에 완벽한 것들이 되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당연한 세계를 깨고 알바생이 된 별이에게 건일이 이렇게 말한다. “그냥 대충 해. 우리 여기서는 너무 노력하진 말자.” 너무 완벽하고 멋있어서 발생하는 맹목적인 존재들인 스토커와 무분별한 시선들은 평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선을 넘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경계 긋기를 시도하는 지수의 마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현실과 이상의 분리된 불일치는 사랑을 깨뜨렸다. 아주 적절한 순간, 매니저가 다은과 정우 사이를 가른 것이다.
‘서지수 배우님’이라 적힌 대본 뭉치가 어색하지 않았던 웹 드라마의 완성은 OST ‘별들은 눈부시고 그대는 따사롭다’에서 매듭 짓는다. 전부인 사랑을 변치 않기를 바라며 노래하는 다은과 정우는 평범한 오후 놀이터에서 다시 마주친다. 만들어진 환상이 아닌, 민낯을 보아도 즐거운 랑데부의 시간 속에서 서로의 매력을 확인한다.
어색한 오해들을 깨달으며 아이돌과 평범의 경계를 지우고 사랑을 속삭이며 웃고만 다은의 미소에서 부끄럽지 않은 연기도 막을 내린다. 정우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지수의 마음도 같았을까? 그런 드라마 이야기는 실패로 보여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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