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완료/러블리즈덕질일기

[덕질 노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유의새노래 2020. 5. 31. 01:05

입력 : 2020. 05. 30 | C8

 

 

포털과 음원사이트에 눈에 띄는 정책의 변화가 보였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지난 해 10, 연예 섹션 뉴스에서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다(2019. 10. 31). 네이버도 인물 연관검색어를 폐지했다(2020. 3. 5). 멜론은 실시간 차트를 개편하겠노라 발표했다(2020. 5. 19), 아이돌과 무관하지 않을 굵직한 사건이 벌어지자 비로소 회사들도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이제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에서 연예 기사엔 댓글을 달 수 없다. 천박한 댓글을 볼 수 없게 됐다. 연예인을 검색해도 연관검색어로 추론할 수 없게 됐다. 부정적인 단어에 커뮤니티 이곳저곳 떠도는 원혼들의 정화 의식을 더는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도 총공하겠다던 양반들의 걱정이 늘었다. 중소 소속사는 공장까지 돌려가며 홍보할 기회를 잃었다는 탄식도 보였다. 그리고 재밌는 현상들을 발견했다. 시도 때도 없이 본지 검색로그에서 보이던 네이버 발() ‘베이비소울 못생김이 눈에 띌 만큼 줄었다. 며칠 쯤 이어진 그 단어들이 한 순간 사라진 걸 보면 본지 기사를 네이버의 특정 연관검색어로 연결하려던 누군가의 공작일지 모른다.

 

아이돌을 알기 전만 해도 이 같은 총공은 대개 이단이나 녹림청월 같은 사이비(似而非) 집단에서나 익숙했다. 유독 자신의 단체를 검색해 블로그 상위 링크에 뜨면, 부정적일 시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일설이다. 그렇게 본지 칼럼과 기사들이 하나 둘, 내려갔다. 지금도 복구하지 못하는 글들이 많다. 칼럼과 기사들은 비공개 상태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단체와 집단이 청결하게 보이길 바라던 마음이 하나 둘 모여 여론 조작이라는 온상을 만들어냈다.

 

사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좋아하던 아이돌이 해체하면 아이돌 존재는 죽음을 맞이한다. 천년만년 오래오래 사실 거라 굳게 믿은 부모님도, 친구들도, 지인들도. 나라는 존재도. 죽음을 맞이한다. 당연히 지금도 죽어가는 수많은 이름들을 기억할 순 없다. 그러나 나와 연결 된 존재가 사라지고, 사람들의 인식에서 나의 기억 속에 잊히는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것이 존재 죽음이다. 그래서 아담과 이브가 선악을 알게 하는 실과를 따먹은 순간부터 이미 종말의 문은 활짝 열렸고,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으로 달려간다고 말한다.

 

그래서 작년 무렵 일간지에서 뵌 이어령 문학평론가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장면(場面)으로 남았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으며 사실은 죽음으로 달려가는 인간이란 공포 앞에, 초연함을 갖추고 그 공포를 맞닥뜨리며 유희하던 할아버지. “종교가 있든 없든, 죽음의 과정에서 신의 기프트를 알고 죽는 사람과 모르고 죽는 사람은 천지 차이예요.” 러블리즈를 알고 얻은 선물이 많다. 잃은 것도 많다. 좋은 것만 남겨야 하잖은가. 그 일순간 때문에 자신의 삶을 버려가면서까지, 여론조작으로 청춘을 보내면. 너무도 아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