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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도서 [마음 속 그 사람] 강이지, 너라면 언제든!:『열여덟 너의 존재감』 세상은 네게 가혹할 테지만 원망스러울 거야. 네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집에만 들어오면 부모는 싸우고 있고. 아이들은 고성(高聲)에 울기만 할 뿐이고. 태어난 것 자체로도 억울한 감정이 앞서지만 견뎌야 할 네 마음,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한국은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나라 같아. 이지, 너의 배려는 섬세해. 너의 그 배려를 모든 사람이 알아주지는 않을 거야. 그럼에도 네 몸에 각인 된 감각을 잃지 않고 다채로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네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멋져. 오랜 시간 흘러야 ‘그 애가 나를 생각해주었구나’ 깨닫게 만드는 배려도 있겠지만. 어쩌면 죽은 후에도 모를 배려도 있을 거야. 순정이가 너의 마음을 알아준 것처럼, 앞으로도 네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갈 거야. 지금은 경찰관.. 2023. 1. 21. 09:05 더보기
문화/도서 “이, 이년아!” 이런 존재감 처음이야:『열여덟 너의 존재감』 열여덟 너의 존재감 박수현 지음 | 르네상스 | 214쪽 | 1만1000원 시커먼 교복은 어색하지 않았다. 갓 입학한 지 머지않아 야간자율학습 공지를 들었다. 중학교 시절과 분명히 다른 무거운 감정을 느꼈다. 자율적이지 않은 자율학습이 가져다 준 암묵적 권위에 순응하는 이 분위기가 낯설게만 느껴진 탓이다. 담임은 20대 후반에 키 160cm 조금 못 미치는 가냘픈 여자였지만 서른여섯 학생들을 단번에 제압하는 카리스마 때문인지 현장을 더욱 권위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연애나 가벼운 오락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워낙 무거웠으므로. 저서는 2010년대 고등학교 분위기를 정확히 묘사한다. 나만 느낀 무거운 감정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서야 무거운 분위기는 사람 통제하기 가장 쉬운 방식이란 걸 깨달았다.. 2023. 1. 21. 09:05 더보기
문화/도서 행운, 조금씩 틈으로 벌려내어 박살내는 것:『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0쪽 | 1만1500원 처음 세 가지에 놀랐다. ①형수라고 부르기에 형의 아내를 일컫는 단어인 줄 알았다. 웬걸 남자애 이름이었다니. ②은재라는 이름으로 PC방을 오가며 ‘다크나이트’로 불리는 모습에 남학생인 줄 알았는데 여학생이었다니. ③이 모든 광경을 CCTV로 지켜보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행운이란 실체 없는 존재가 관찰 중이라니. 그렇다. 행운이란 주인공이 불행과 죽음 사이에 선 아이들을 지켜본다. 스포일러 주의 ◇상처가 만들어 낸 냉소적인 은재 여중생 은재는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해왔다. 다크나이트라 불린 이유도 얼룩진 상처를 가리려던 검은색 카디건 때문이다. 은재가 아버지로부터 머리채 잡힌 모습을 지켜본 건 같은 반 우영과 형수였다... 2022. 12. 4. 21:53 더보기
문화/도서 고딩의 탈을 쓴 소설, 차라리 수필이었다면:『서울 사는 외계인』『대한 독립 만세』 서울 사는 외계인들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56쪽 | 1만3000원 고등학생 나이의 남자 아이가 무화과나무 한 그루 서 있는 집 2층으로 이사 왔다. 덥수룩한 머리, 신문지로 창문마저 덮어버린 음침함, 자퇴한 듯 짱 박혀 지내는 어두운 분위기가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아, 미친! 개쓰레기! 양아치 새끼! 이거 정신병자 아냐?”(10,4) 딸의 험한 욕설에도 주인집 아주머니는 친히 끓인 팥칼국수를 문 옆에다 두었다. “너 말 조심해.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또라이, 또라이 하니? 내가 보니까 아주 선하게 생겼더구먼.”(28,7) 2층에 세 들어 사는 자퇴 소년 사우에게 집주인 아주머니가 한글을 배우면서 서로 위로를 건네는 내용의 소설이다. ◇2010년대 후반에 나온 소설이라기엔 믿기 힘든.. 2022. 12. 4. 21:53 더보기
문화/도서 무섭지 않은 괴물이라 다정한 화괴:『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명소정 지음 | 이지북 | 308쪽 | 1만4000원 참신한 소재라 하기엔 당장에 떠오른 두 영화가 겹쳐보였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그리고 ‘늑대소년’. 머지않아 여학생이 괴물 남학생을 쥐고서 흔들고 있겠구나 예상마저 들었다. 정해진 각본처럼 눈앞에 펼쳐진 내용이 낯설지 않은 이유였다. 우연한 밤 도서관을 방문한 여자 주인공 세월이 괴물의 형상으로 나타난 남학생 혜성과 마주친다. 정체를 들키고 만 혜성이 세월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굽실댄다. 혜성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의 기억을 먹어야만 했다고 해명한다. 사람의 기억을 먹으면 단박에 정체가 탄로 날 것을 우려해 기억이 담긴 책을 몰래 먹으면 괜찮을 거라 말했다. 세월은 비밀로 해줄 테니 상담 동아리를 만들면 어떨지 제안한다.. 2022. 12. 4. 21:52 더보기
문화/도서 쾌락으로는 알 수 없는 것:『안녕히 계세요, 아빠』 안녕히 계세요, 아빠 이경화 지음 | 뜨인돌 | 168쪽 | 1만원 꼭 섹스를 해야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유독 몸의 쾌락에 집착하는 이들 일수록, 그 횟수에 소유욕을 투사한 만큼 퇴행적 자의식을 드러낸다. 걸레 딱지 붙이는 것도 우습다. 횟수도, 쾌락도 중요하지 않다. 어른이 되어가는 고통 속에서 꿈처럼 달달한 솜사탕 같을 뿐이다. 많이 넣어도 순식간에 녹아 사라져 버리는 맛. 또 입에 넣고 녹여도 다시 먹고 싶게 만드는 맛. 처음 연주에게 느낀 불편한 감정도 오해에서 비롯한다. 그 마음 깊숙한 곳에 숨은 소유욕을 외면하면 외면할수록 몸은 어른이 되어가지만 생각은 퇴행하고 만다. 연주가 마마보이는 싫다며 호세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내가 먼저 어른이 되었다는 오만함이 아니다. 어.. 2022. 10. 27. 23:30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조선일보사 2022.08.06 2022. 8. 6. 23:24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빗소리 들리는 신사동 거리에서 날씨누리로 확인한 서울 신사동 거리는 비가 그쳐야 했다. 잠시간 내보인 햇빛에 차가운 도시가 따뜻함을 머금었다. 2022. 7. 16. 22:44 더보기
[음악 차트] 추억이라 생각하면 오산(2022.05.31)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2. 7. 16. 17:00 더보기
문화/#객관적상관물 몰입 시민에게 개방된 공간을 둘러보다 본관에 이르자 걸음을 멈추었다. 텔레비전에서나 익숙하던 공간. 본관 앞 대정원에선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상모를 돌리며 몸을 바쁘게 움직여 흥을 돋운다. 들썩이는 분위기를 만든 것도 모자라 연속되는 리듬에 흠뻑 젖어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풍경. 상모 끝 한지는 동그란 원을 만들어 리듬 그 자체를 보여주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풍물놀이 앞에 멈춘 이유였다. 흥겨운 한마당 속 상모를 돌리는 연주자 모습에 몰입을 느꼈다. 자신에게 집중할 때야 말로 가장 멋있는 순간이고, 자꾸만 눈길 가는 불필요한 시선 멈출 방법임을. 2022. 7. 16. 08:00 더보기
문화/리뷰 텔레비전에서 고대로 방영된 여자 가슴, 의도한 해적방송이었다:「채널 식스나인」 채널 식스나인 이정국 감독 104분 청소년관람불가 1996 과감히 드러난 여자 가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린 나이에도 뇌리에 강하게 남을 정도였다. 이정국 감독 ‘채널 식스나인’은 해직기자 PD 윤제하(신현준 분·扮)를 주축으로 해적방송을 개국하고 이를 통해 황기영 의원(박근형 분) 전직 세무계장 정치자금 사건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90년대를 상징하는 홈페이지와, 특유의 멜로디, 지금은 단종된 기아 베스타(BESTA) 승합차, 두꺼운 CRT모니터에선 고주파음이 들려올 것만 같다. 웃음을 참지 못할 또 다른 이유는 얼굴 하나 바뀌지 않은 배우 신현준과 박근형, 홍경인의 연기로 영화를 보는 내내 쏠쏠하다. 해직기자 윤제하는 황 의원 정치자금 사건 폭로를 결심한다. 조민희(최선미 분)를 섭외해 천재 해커 구.. 2022. 7. 13. 19:54 더보기
문화/도서 [이야기 꿰매며] 퇴행적 자의식 속 어른에게 하는 말 여럿 읽어본 청소년 문학 소설에서 직접 키워드를 뽑아봤습니다. ‘가부장제’와 ‘재개발’. 빙판길 흔전동 골목 내달리는 학교 밖 달이(구달, 최영희)와 구지구(舊地區)에서 수지를 찾아 헤매는 이름 없는 소년.(편의점 가는 기분, 박영란) 아빠를 피해 편의점으로 가출한 이루다,(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범유진) 그리고 2010년대 폭력적 학교 구조를 살아가던 여고생 이순정(열여덟 너의 존재감, 박수현)에 이르기까지. 읽어본 청소년 문학 소설이 가리킨 지점은 아이들에게 폭력적 구조를 강제하는 사회 풍토였습니다. 그건 무책임하고 미성숙한, 그래서 퇴행된 자의식 속에서 거리낌 없이 민낯을 드러낸 어른들 모습을 의미합니다. 그런 어른에게 “어른이 되거라” 이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바뀌지 않으니까요. 지나가는 사.. 2022. 7. 13. 18:4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