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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돌아보는 사건

[돌아보는 사건] 또 한 번의 반성문


1.
좀처럼 카카오톡 계정이 차단당하는 일은 드물죠. 아직 한 번도 카카오로부터 제지 받은 적이 없을뿐더러 사람에게 차단당한 일은 한 차례에 꼽습니다. 그때도 첨예하게 날 선 논리가 뒤죽박죽 엉켜버렸습니다. 타투하는 여자가 좋아서 화를 낸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단지 타투는 “불법 시술이므로 의학 공부도 않은 것들이 건들 게 놔둬서는 안 된다”던 말이 싫었을 뿐이었습니다. 단지라는 데서 알 듯 그 하나만 바뀌면 될 거라 믿은 제 잘못이었습니다. 더는 싸우고 싶지 않았으므로 편견을 버리라는 단 한 가지 전제를 내밀고 협상하듯 달려든 순전한 제 오판이었죠.

2.
그때도 사과문을 쓰지 않았건만 며칠 전 카톡 차단당한 이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문을 자필로 써내려간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또 한 사람 소중한 이와 다툰 겁니다.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제 잘못 열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갑작스레 끊긴 통화에 매우 분노했을 것 ②오랜 시간 분노 삭히며 잠자리에 들지 못하게 만든 것 ③마음에 상처를 준 것 ④어른답게 처신하지 않은 것 ⑤무엇이 문제인지 일목요연하게 말하지 않은 것 ⑥네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은 것 ⑦네 있는 그대로 봐주겠다면서도 그리하지 않은 것 ⑧마음 아픈 상태 그대로 두어 외면한 것 ⑨격한 감정에 있는 말 없는 말 쏟아낸 것 ⑩네 마음 상태를 묻지 않은 것.

3.
그러나 그 어떠한 잘못보다도 네 마음을 아프게 한 일이 미안했습니다. 펜을 들었죠. 써내려간 육필만 560자. 한 번의 쉼도 없이 써내려갔을 정도로 비장한 마음으로 담았습니다. 카톡은 차단했을 테니 보지 못할 게 뻔했습니다. 메일에 컴퓨터로 적은 원문과 함께 담아 보냈습니다. 한 번 통화하면 두 세 시간 대화를 잇던 사이가 한 순간에 경색되고 말았으니 부끄러움은 오로지 저의 몫이었습니다. 혹여나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지 싶었습니다. 하여 일주일 지나서도 답이 없으리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퇴근 후 힘겹게 써내려간 사과문에 모든 기력을 소진하고 말았습니다. 새벽 2~3시 넘어 자던 나날들 속 처음 9시 넘어 자는 희귀한 일도 경험했습니다.

4.
새벽에 깨어보니 카톡 차단이 풀어져 있었고 메시지 두 어 개가 전부였습니다. “잠깐 얘기 가능해?” “나중에 카톡보면 답장해줘…” 저녁 오래도록 통화하며 응어리를 풀었습니다. 제 의견을 물으러 차단을 풀었다가, 비로소 편지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편지를 쓴 시간보다 더 긴 시간 읽었다”는 말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서로 평형을 맞추듯 살아보자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한국 사회에 진귀한 친구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은 경건한 마음이 앞섭니다. 고마운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