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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객관적상관물

냉소와 비관이 어리석은 너보다 나을 거라는 착각

입력 : 2020. 12. 17 | 디지털판

 

 

악은 친근한 얼굴을 내밀며 다가온다. 뿌리치지 못하게 만드는 모종의 미소는 쉬운 언어로 정의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악은 알지 못하는 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 정해진 시간도, 정해 놓을 새도 없이 다가와 판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때까지 곁에서 견뎌낸다. 살아남은 악이 악으로 보이지 않는 단계에 이르면 악은 악이 아니게 된다.

 

친구의 형상을 빼닮은 괴물 악은 종국에 파멸을 낳도록 사주한다. 사주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기도 하듯이 시간은 중요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중요한 한 가지. 정해지지 않은 시간 속 모종의 미소로 다가오는 동안에 발견한 이 악을 뿌리칠 수 있는지의 용기다. 용기를 가지고 있는다면 악은 더 이상 친구의 미소로 다가와 잡아먹지 않을 테고 파멸을 경험하지 않게 된다.

 

결단은 악을 발견할 때에 빛을 발한다. 이 세계를 저주하고 모든 행위자를 파멸로 이끄는 냉소와 비관은 이 결단을 비웃는다. 이유를 모르는,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결단을 비하하고 사소한 것들로 치부할 테지만. 냉소와 비관으로 일관하는 동안 견뎌낸 악을 그들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파멸로 걸어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일상적 해악을 외면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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