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객관적상관물

10년 전의 편지

입력 : 2020. 01. 01 | 수정 : 2020. 01. 02 | 디지털판

 

그 때도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다. 아래아 한글에서 지원하는 기본 클립아트를 이용해 하나하나 붙였을 모습을 생각하니, 그 노고를 상상하며 그 때도 웃었던 것 같다. 벌리지 않은 자간이 노랫말을 줄글로 만들었고 반복되는 어구에 큰 글꼴로 넣어 촌스러움이 더욱 묻어났다.

 

머잖아 이과로 옮겨 간다고 일반사회란 과목을 지나가는. 그런 것쯤으로 생각했겠지만. 담임을 무서워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들어본 적 없는 이 노래를 앞으로도 들어볼 의향이 없다며 시험 범위를 받아 적거나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돼지와 하마를 적당이 섞어 부른 아이들은 저 클립아트가 아래아 한글에서 제공하는 기본 아트라는 사실도 모른 채 살피지도 않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넌 할 수 있어옆에 붙은 작은따옴표와 첫 단락을 한 문장으로 두어 강조한 후.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 있으니를 강조한 당신의 의도를 나는 알 수 있었다. 전교에서 가장 말 안 듣기로 소문난 일학년 팔반을 향해 보석 같은 마음으로 호명한 당신의 마음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촌스러움은 여전했지만. 한 가지 달라진 시각이 있다면. 좋아하던 메시지를 노래로 고백하던 다소 오글거릴 당신의 저녁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가짐.

 

10년이 지나 비로소 오늘에야 닿은 당신의 메시지에 밤하늘이 짙어진다.